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롯데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롯데그룹의 개혁이 물 건너가고 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26일 참고자료를 통해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 안팎에선 검찰이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사건 관련자들의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돼서다. 이런 기대와 달리 이날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롯데 임직원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신 회장은 거의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왔는데 구속영장이 청구돼 아쉽다”며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인 임원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지배구조 개혁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롯데는 법원 단계에서 신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내 5대 그룹 총수인 신 회장의 신분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없는 점을 불구속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롯데는 작년 7월 이후 그룹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를 잇달아 겪으면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 계열사에 있던 핵심 자료를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 사유가 대부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28일 신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충분히 소명될 수 있을 것으로 롯데그룹 측은 보고 있다.

검찰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가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특별한 역할 없이 급여를 받아간 것과 관련, 신 회장에게 500억원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롯데 측은 신 회장이 2012년 초 임원인사를 통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롯데백화점과 호텔롯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그룹 경영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 점도 법원에 호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날 신 회장을 포함해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 오너일가 5명을 모두 기소하기로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