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천억대 유사회원권 사기범 구속
1000만원대 회원권을 사면 전국 300여개 골프장을 정회원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6500여명을 속인 유사회원권 업체 대표가 법정에 선다. 유사회원권을 다단계 방식으로 팔아 1000억원 안팎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8000여명에게서 1500억원가량을 챙긴 ‘토비스레저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유사회원권 사기 사건이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2부(부장검사 고민석)는 골프장 유사회원권 판매업체인 리즈골프의 이모 대표(52)를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구속해 이번주 기소할 예정이다.

이씨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200만~1300만원 상당의 회원권을 구매하면 전국 300여개 골프장에서 정회원 가격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했다. 회원 수가 늘자 2012년 말 이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리즈골프를 세웠다. 리즈골프가 벌어들인 입회수수료는 2014년 37억8000만원으로 급증했다.

리즈골프는 유사회원권 가입자가 우선 골프장을 비회원 자격으로 이용하고 난 뒤 영수증을 제출하면 회원가와 비회원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payback) 방식을 썼다. 이 회사는 월 3~4회 제휴 골프장 부킹(예약)을 약속하고, 일정 시점까지 회원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실제로 제공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속임수가 드러났다. 먼저 회원권을 산 사람의 골프장 사용료를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차액을 메워주는 다단계 방식이었다. 리즈골프는 2013년 62억6000여만원, 2014년 58억2000여만원의 적자를 내고 2015년 11월 문을 닫았다. 이 대표는 말레이시아로 도주했고, 피해자 6500여명은 1000억원의 피해를 떠안았다.

이씨는 회사 운영자금 50억여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쓴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리즈골프의 회사 임직원에 대한 대여금은 2014년 말 기준 111억원에 달했다. 이씨는 국제 공조 수사 끝에 이달 초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수사당국은 다른 유사회원권 업체에 대한 수사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부도를 내 500여명에게 25억원 상당의 피해를 준 부산지역 유사회원권 업체인 홀인원골프에도 리즈골프 출신 직원이 상당수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정환/정소람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