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서울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 씨(69)의 사인을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선 시신 부검을 통한 법의학적 소견이 필요하다”며 부검 재청구 의사를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10개월간 투병하다가 전날 숨졌다.

이 청장은 법원이 부검 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데 대해 “통상 변사사건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하는 게 맞고 부검전문의의 법의학적 소견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강수사 후 부검 재신청 여부를 결정키로 이날 검찰과 협의했다.

이 청장은 “도의적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지만 검찰에서 아직 조사 중이고 민·형사상 문제가 얽혀 있다”며 “경찰의 공권력 행사가 합당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사과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니다”고 했다.

유가족과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농민 대책위) 등은 검찰과 경찰의 시신 부검 재청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지만 경찰과는 별 충돌이 없었다.

심은지/황정환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