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속영장 청구…28일 법원 영장심사 거쳐 구속 여부 결정
신격호·신동주·서미경도 불구속 기소…총수 일가 4명 동시 재판 불명예


검찰이 롯데그룹 경영 비리의 정점에 있는 신동빈(61)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6일 500억원대 횡령, 1천250억원대 배임 등 혐의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 회장을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지 엿새 만이다.

검찰은 고심 끝에 신 회장의 혐의 내용과 죄질 등을 고려할 때 내부 원칙대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경제 및 롯데그룹 경영권 문제 등 수사 외적인 요인도 감안해 검토했지만, 그보다는 이번 사안에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할 때 향후 유사 형태의 기업 수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비중있게 참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5위 대기업 총수이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과 사안의 중대성, 다른 경영 비리와의 형평성 문제, 사건 처리 기준 준수 등 구속영장 청구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두고 심도있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최근 10년간 총수 일가를 한국 또는 일본 롯데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아무런 역할없이 거액의 급여를 지급한 부분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400억원대, 신격호 총괄회장(94)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와 그의 딸 신유미(33) 씨에 100억원대 등 총 500억원대 부당 급여를 지급한것으로 파악했다.

이들이 국내 롯데계열사에서 받아간 급여는 총 2천100억원인데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부분은 제외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2005∼2013년 신 회장이 롯데시네마 내 매점을 서씨 등 총수 일가 구성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불법 임대하고 일감을 몰아줘 770억원대 수익을 챙겨준 혐의, 2009∼2010년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다른 계열사에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의율했다.

검찰은 신 회장의 혐의가 모두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권 승계의 잠재적 경쟁자에게 금전적 이득을 제공해 뒤로 물러나게 하고 자신의 경영 실패를 숨기고자 특정 계열사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먼저 구속기소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으로부터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호텔롯데의 제주·부여리조트 헐값 인수 등의 의혹은 신 회장이 관여했다는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이익 떼먹기 또는 이익 빼돌리기와 관련된 금액이 1천300억원인데 이는 지금까지 재벌 비리 수사에서 적발된 가장 큰 금액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30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심리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는다.

신 회장은 20일 소환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수천억원대 증여세 탈루 혐의를 받는 신 총괄회장과 서씨, 신동주 전 부회장은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재벌기업 총수 일가 4명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서씨는 일본에 체류하며 검찰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해 검찰에서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여의치 않을 경우 서씨를 대면조사 하지 않고 곧바로 재판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 측은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장심사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