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5명 '무더기' 기소 전망에 "참담"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61)에 대해 26일 구속 영장이 청구되자 롯데그룹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이날 오전 횡령·배임 혐의로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롯데그룹은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은 검찰이 신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을 것이란 실낱같은 기대를 했으나 이날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다소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롯 데 한 임원은 "미국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7월 3일 이후 신 회장은 거의 모든 공식 일정을 뒤로 한 채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왔다"며 "증거 인멸이나 도주 등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공백을 틈타 그룹 경영권에 대한 일본인 임원과 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 그룹의 성장 동력이 식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 데 정책본부 직원은 "신동빈 회장이 자리를 비울 때 그룹 경영을 맡아온 고(故) 이인원 부회장까지 없어 경영 공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모든 그룹 임직원들이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 여부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이번 검찰의 비리 수사로 롯데는 한국 10대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오너 일가 5명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상황을 앞두고 있어 충격이 더 크다.

검찰은 창업주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지난 7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비리 수사 결과 대부분의 오너 일가가 법정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기소 사태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