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축전 일정 맞춰 무리하게 개통하려다 부실 시공
개통도 못하고 차량 10대 전량 폐기

2008년 7월 4일 인천 월미도.
오색찬란한 축포가 터지면서 월미은하레일 기공식은 절정에 달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최초 도심관광용 모노레일'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월미은하레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

홍보 영상 속의 월미은하레일 차량은 조종사 없이 무인으로 조종되며 지상 6∼17m 높이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마치 공중을 떠다니는 듯했다.

SF영화에서 나오는 미래도시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 탓에 개통도 못 한 채 폐기처분돼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업비 853억원의 혈세를 집어삼킨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체장 치적 사업을 위해 절대 공사 기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사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월미은하레일 기공식이 열린 것은 2008년 7월인데 인천시가 당시 완공 시점으로 삼은 시기는 불과 1년 뒤인 2009년 7월이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이 개막하는 2009년 8월 이전에 월미은하레일을 개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6.1km 구간에 고가 선로를 설치하고 4개 역을 새로 건립하는 공사를 1년 안에 마무리하려는 무모한 계획은 결국 부실 공사로 귀결됐다.

검찰의 2014년 수사결과를 보면 기초설계 땐 여러 개의 말뚝을 박은 뒤 교각을 세우는 타입말뚝 방식이 채택됐지만, 실시설계 땐 시공 편의를 이유로 구멍 한 개를 뚫고 기초 말뚝을 박는 단일말뚝 현장 타설 방식으로 바뀌었다.

교각 163개 중 59개를 측량한 결과, 실제 시공 위치와 설계도면 상 위치 오차는 39∼999mm로 허용오차 15mm를 크게 벗어났다.

삐뚤어진 교각 탓에 궤도(거더)가 교각 중앙에 놓이지 않은 곳도 발생했고 이 때문에 직선 구간인데도 지그재그로 시공된 구간도 생겼다.

시공사는 2009년 세계도시축전 개막 때 개통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인천시 요구를 받고는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안전에 중요한 공정을 생략했다.

원심력 완화를 위한 '캔트'를 설치하지 않았고 곡선 진입 때 발생하는 충격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완화곡선은 곡선 구간 34곳 중 3곳만 설치했다.

시공사 일부 직원은 공사대금을 부풀려 하청업체에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공사 감리 관계자도 공정별 감리를 하지 않고 최종단계에서 일괄감리를 한 혐의로 입건됐다.

원칙을 무시한 공사는 시험운행 때 각종 사고로 이어졌다.

2010년 6∼7월 시험운행 중 안내륜 파열 사고가 5차례나 발생했고 같은 해 8월에는 파손된 안내륜이 10m 아래 행인에게 떨어져 인명피해 사고도 발생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정상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인천시는 2014년 월미은하레일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하고, 새로운 시스템의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수백억의 시민 혈세가 허공으로 날아갔지만 이를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월미은하레일 사업 수행기관인 인천교통공사 직원 8명이 경고 등 경징계를 받은 것이 전부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경제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거액의 혈세를 날렸는데도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대형사업 추진 땐 정책실명제를 시행해 공무원들이 책임 있는 행정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미은하레일 철거작업은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차량 철거작업은 새로운 시스템의 모노레일 운영사업자로 선정된 민간특수목적법인 인천모노레일㈜이 담당하고 있다.

7월 철거작업 착수 이후 총 10대의 차량 중 8대가 지상 10m 높이 궤도에서 내려져 인천모노레일의 충북 증평 차량제작기지로 옮겨졌고, 나머지 2대도 이달 중 철거될 예정이다.

월미은하레일 차량을 공원 등지에 전시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됐지만 전시 가치가 떨어지고 관리비만 축낼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세해 결국 차량을 분해한 뒤 폐기처분을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월미은하레일 차량과 궤도는 철거되지만 4개 역사와 교각 구조물은 유지돼 관광용 소형 모노레일로 재탄생한다.

월미은하레일은 정원 70인승이었지만, 새 모노레일은 8인승 소형 차량으로 제작된다.

인천역에서 출발해 월미도 외곽 노선을 돌고 인천역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분이다.

이용객은 창밖으로 월미도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아이맥스 영화처럼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

당초 개통 목표 시점은 지난달이었지만 안전성 강화에 따른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내년 3∼4월로 개통 시기가 연기됐다.

인천모노레일의 모기업인 가람스페이스는 모노레일 총 공사비 190억원을 부담하고 매년 8억원의 임대료를 교통공사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20년간 운영권을 받았다.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