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니 가슴이 계속 '뻐근'…심장질환 주의하세요
환절기에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혈압이 오른다.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심장운동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장마비가 생겨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더위가 끝난 뒤 선선한 기온에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것도 심장질환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심근증 등으로 심장이 두꺼워져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날씨가 좋다고 격렬한 운동을 하면 심장 혈관이 막힐 수 있다. 환절기에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환절기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각종 심혈관질환 등에 대해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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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질환, 더 이상 중년병 아냐

심장질환과 심장마비를 중년의 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40대 이상 중장년층뿐 아니라 20대, 30대에서도 심장질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스트레스 등이다. 전 연령층에서 심장질환자가 늘면서 사망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 심장질환인 심장마비는 동맥경화 때문에 생기는 일이 많다. 심장마비의 80~90%는 동맥경화로 인한 관상동맥 질환 때문에 발생한다. 인구 1000명당 한두 명꼴로 환자가 생긴다.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네 배 정도 많다. 심장병을 앓고 있던 환자의 50% 이상은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동맥경화성 심장병 환자는 부정맥, 대동맥류파열, 심장파열, 폐색전증 등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비후성 심근증도 돌연사의 원인이다. 인구 1000명당 두 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심장 자체가 두꺼워져 심장 밖으로 혈액이 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국내 보고된 한 논문에 따르면 2007~2010년 광주·전남 지역 심혈관질환 사망자의 7%가 비후성 심근증 환자라는 분석도 있다. 비후성 심근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은 운동선수들이다. 격렬한 운동을 할 때는 심장에서 피를 많이 뿜어내야 한다.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피가 나가는 통로가 좁아 심장이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심장이 많이 움직이면 심장이 더 두꺼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운동선수가 아니라도 비후성 심근증 환자가 운동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격렬한 운동, 폭음 등으로 갑자기 돌연사에 이를 수 있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증은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일이 많아 환자가 병을 알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초음파 검사를 해도 알아내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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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통 호흡곤란 심해지면 의심

심장마비는 주로 갑자기 나타나지만 전조 증상이 있다. 네 단계로 나뉘는데 첫 단계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흉통 호흡곤란 심계항진 피로감 등이 나타나거나 심해진다. 이 같은 전조 증상이 있으면 즉시 심장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찬 공기에 노출된 뒤 가슴이 뻐근하거나 두근거림이 느껴지고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할 때 가슴이 답답해지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잠을 자면서 가슴이 답답해 잠에서 깬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단계로 들어서면 급성 증상이 시작된다. 심장마비가 생기기 직전이나 1시간 이내에 부정맥 저혈압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세 번째 단계는 부정맥이 생기는 것이다. 심장 기능이 멈추고 의식을 잃게 된다. 이때 바로 처치하면 심장 기능을 살릴 수 있다. 이 단계를 넘어선 상태에서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가족 중 심혈관질환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가족이나 형제, 친지 중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가 있거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심장질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매년 심장마비로 3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80%는 급성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때문이다. 10~15%는 비허혈성 심근증, 5%는 유전 질환이 원인이다. 심장에 피가 제대로 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높다. 생존하더라도 뇌사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이유다.

심장마비 생기면 빠른 처치 중요

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에게 가장 좋은 처치는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급성 심장마비 환자는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빨리 했는지, 어떤 이유로 심장마비가 왔는지, 어떤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에 따라 치료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구조를 요청하고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사망에 이르는 부정맥은 생긴 지 1분 안에 치료하면 회생률이 80% 이상이지만 10분이 지나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은 90% 정도가 병원 이외 지역에서 일어나고 집에서 생기는 일은 75%에 이른다. 평소 응급처치법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면 결정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고혈압 등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질환이 있다면 환절기 건강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혈관내과 교수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급성 혈관질환자가 늘어난다”며 “온도 변화가 심해지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혈압이 가장 높아지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과 일어난 직후”라며 “아침에 일어난 지 한두 시간 안에 혈관이 터지는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실려 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환절기에는 이른 아침 시간에 혈관 질환이 자주 생기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고령층은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나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낫다. 얇은 옷차림으로 외출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 혈압 관리를 잘해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스스로 혈압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80~90%지만 목표 수치로 혈압을 관리하는 환자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며 약 먹는 것을 꺼리거나 운동 등을 통해 생활습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혈압이 높아 생기는 합병증은 눈 심장 뇌 콩팥 등 대부분 치명적인 곳에 온다”며 “혈압이 높은 사람은 각종 합병증을 막기 위해 반드시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종진 강동경희대병원 심혈관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