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 김형준 부장, '스폰서·사건무마' 의혹 조사받는 처지

중·고교 동창과의 부적절한 향응·금전거래를 둘러싼 '스폰서·사건무마' 의혹으로 23일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김형준(46) 부장검사는 대표적인 금융수사통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아 굵직한 금융 범죄 사범들을 줄줄이 재판정에 세우며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부장검사는 평검사 시절 법무부 국제법무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와 금융조세조사1부 등을 거쳤으며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 검사들이 평생 한 번이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에서 모두 근무했다.

2009년에는 유엔 주재 법무협력관으로 미국 뉴욕에서 2년 6개월가량 파견돼 일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금조부 시절엔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에 파견됐고, 2013년엔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1천672억원의 추징금 자진 납부를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증권범죄합수단장 시절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1월에는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부사장급)으로 발령받아 부실 금융사와 부실 채무기업에 대한 서슬 퍼런 조사를 총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부장이 해당 기수에서 유력한 검사장 승진 후보였으며, 검사 생활 이후엔 장인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을 정도로 '안정된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중·고교 동창이자 사기 전과 3범인 김모(46·구속)씨와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하면서 '파국'에 접어들었다.

김 부장과 김씨는 지난해부터 여성 종업원이 나오는 고급 술집을 수차례 드나들며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김씨와 함께 간 술집에서 만난 20대 종업원에게 차량과 오피스텔을 얻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도 올해 2∼3월 1천500만원을 송금받는 등 수상한 돈거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박모 변호사 등으로부터 편의를 제공 받았다.

김 부장검사는 이후 김씨가 70억원대 사기·횡령 피소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자 실제로 사건 담당 검사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김씨는 자신과 김 부장검사가 주고받은 유흥·사건무마 청탁 관련 문자메시지 등을 언론에 폭로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김 부장을 비공개로 소환해 지금까지 제기된 스폰서·무마 청탁 의혹 등의 사실관계를 캐묻고 있다.

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