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90% 철회 35억원 피해…회원 "어떻게 살라고"

22일 오전 경북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인근에 있는 한 숙박업소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을 맞아 수학여행단이 타고 온 버스가 가득 채웠을 곳이다.

이런 사정은 이 일대 다른 숙박업소도 마찬가지다.

흐린 날씨 속에 오가는 사람마저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잇단 지진으로 진현동 일대 숙박업소는 찾는 수학여행단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주시와 불국사숙박협회는 12일 강진이 난 뒤 수학여행 예약 학교 가운데 90% 정도가 해약했다고 밝혔다.

300여개 학교에 4만5천여명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5억원에 이른다.

불국사숙박협회는 진현동 일대 학생단체를 전문으로 하는 27개 숙박업체 모임이다.

숙박단지 종업원만 600여명이다.

협회 회원들은 "생계가 막막한 지경이다"고 입을 모았다.

윤선길 불국사숙박협회장은 "세월호 사고로 메르스로 수학여행단 취소가 반복됐다"며 "이제 수학여행단이 다시 오는가 싶었는데 지진으로 예약을 취소해 참담하다"고 말했다.

협회는 일부 지역교육청의 수학여행 자제 권고에 불만을 나타냈다.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즉흥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불국사숙박단지는 비교적 낡아 피해가 난 한옥 주택과 달리 건물에 별다른 피해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피해 지역만 부각하다가 보니 마치 경주 전체가 무너진 것처럼 알려져 난감하다고 했다.

협회는 학교 측이 수학여행을 취소하더라도 위약금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칫 오해가 생겨 완전히 발길을 끊을 수 있어서다.

한 회원은 "올해만 영업하고 말 것이 아니고 내년에도 영업해야 할 것 아니냐"고 털어놓았다.

협회 회원들은 이런 사정을 경주시에 호소하고 대책회의도 열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막막한 형편이다.

불국사숙박협회 진준기(41)씨는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때도 지원해준다고 해놓고서 결국 안 해줘서 다들 일반 담보대출을 받아 영업했다"며 "강진에도 피해는 비교적 적은 만큼 사람들이 좀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우리도 국민이고 시설 투자해서 직원을 쓰는데 이렇게 직격탄을 맞으니 먹고 살길이 없다"며 "생사가 달렸는데도 아무도 해결해주거나 도와줄 생각을 안 하니 답답하다"고 밝혔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김선형 기자 sds123@yna.co.kr,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