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전문가 "교사가 따뜻한 말로 학생 안정시켜야"

경주에서 발생한 잇단 지진에 수능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애가 타들어 가고 있다.

이달 12일 규모 5 이상의 두차례 강진과 19일 규모 4.5의 여진으로 자율학습 중에 귀가하는 소동을 겪으면서 학습 집중력이 떨어진 고3 학생들이 좀처럼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은 22일 지진 이후 고교 자율학습 분위기가 흐트러져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교사들의 하소연이 잇따르자 학습 분위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일선 학교에 당부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1월 17일로 두 달을 채 남겨 놓지 않았다.

정대호 시교육청 중등장학관은 "수능 2개월을 남겨둔 지금이 수험생들에게는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점에 1∼2주 간 집중력을 잃으면 수능 점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포스트 시즌 진출)에 들어가면 그해 수능 점수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중요한 시기에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 아무래도 수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학습 분위기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 S고 3학년 담임인 김모(53) 교사는 "저녁 식사후 자율학습에 들어갈 때면 학생들 사이에서 '오늘은 괜찮겠지' 등 자연스럽게 지진 이야기가 나오면서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낮 동안 수업에서도 예민한 학생들은 여진 때 ''또 지진이다'라고 소리 치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 집중하기 힘든 편"이라며 "21일에도 이 같은 경우가 두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고3 아들을 둔 이모(54)씨는 "조금만 흔들리는 것 같아도 애들이 불안해 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학습 분위기가 한번 깨지면 다시 잡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아들이 말했다"며 "공부를 제대로 못해 수능 점수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여진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경주, 포항, 울산지역 고교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경주 모 고교 3학년 A군은 "첫 지진 나던 날과 최근 강한 여진 발생 때 자율학습을 하다 말고 가라고 해서 귀가했다"며 "이후 불안한 마음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포항에 사는 고3 여학생 B양은 "첫 지진 때 도서관 책꽂이에서 책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야간 자율학습 때 책상에 앉아 있긴 하지만 예전 처럼 집중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안연균 부산시교육청 건강생활과장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담임과 교과목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해소해 주는 말과 공부에 분발해 줄 것을 당부하는 말을 수시로 하며 들뜬 분위기를 안정시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경주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