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고리원전 인근 활성단층 없다'…김경수 의원 "원전, 원점서 재검토해야"

최근 강력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원전 설비를 운영·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안이한 지진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김해을)은 지진과 원전 내용을 다룬 한수원 블로그를 점검한 결과 곳곳에서 사실관계가 다르고 현실과 동떨어진 홍보를 펴고 있다고 21일 지적했다.

이 블로그는 한수원이 국민에게 원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블로그에서는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어느 정도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을까?'라는 자문자답으로 신고리 5·6호기 부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를 5.0이라고 단정했다.

그림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만든 이 자료에서는 대한지질학회가 최대 규모 5.0으로 평가한 자료를 근거로 올렸다.

이 평가는 이번에 여지없이 빗나갔다.

지난 12일 역대 최대 규모인 5.8 경주 지진 발생 후 진앙과 51km 떨어진 고리원전에서는 최대 지진 계측값이 0.0537g(리히터 규모 5.4)으로 측정됐다.

한수원이 홍보한 최대 예측치 5.0을 넘어선 더 큰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진앙에서 진원까지 깊이가 알려진대로 16㎞ 정도가 아니고 얕았다면 원전을 비롯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블로그에는 또 '고리원전 부지 인근에는 설계에 고려해야 할 활성(활동성) 단층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음'이라고 올려놨다.

활동성 단층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발생한 양산 단층대는 이미 2012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활성단층이라는 지질조사 결과를 내놨다.

한수원이 연구 결과를 '쉬쉬'했거나 원전을 짓기 위해 엉터리로 기술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수원은 또 '원자력 질의·응답(Q&A). 우리나라에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까요?'에서 1천400년 전 만들어진 국보 제31호 첨성대가 현재에도 건재한 것이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하다는 엉뚱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논리 역시 이번 지진으로 무너졌다.

지난 12일 지진으로 첨성대는 중심축에서 북쪽으로 22.5㎝가 기울어져 2014년 감사원이 발표한 수치(20.4㎝)에서 2㎝가량 변이가 일어났다.

이때 정상부 '우물 정(井)자' 모양 정자석(井字石) 남동쪽 모서리도 5㎝ 더 벌어진 것으로 문화재청은 확인했다.

이어 지난 19일 규모 4.5 여진 이후 또다시 첨성대 정자석은 북쪽으로 3.8㎝ 더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심하게 기울어지면 해체를 포함한 대수술을 받게 될 처지다.

문화재청은 이번 지진으로 불국사 다보탑 석재 난간 접합부 일부가 무너지는 등 주요 문화재 23건이 피해를 봐 총 긴급 보수비 23억원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또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가 제출한 '원자력발전분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2015년 10월 작성)'도 공개했다.

이 매뉴얼에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발굴하라.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는 사건 뒷이야기나 미담에도 관심을 갖는다'는 다소 부적절한 언론대응 요령이 포함된 점도 지적됐다.

위급상황에 한수원이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경주 지진 진앙 50km 내외에는 우리나라 원전의 50%에 해당하는 원전 12기가 몰려있다"며 "이번 지진으로 월성과 고리원전 주변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잇따른 지진을 계기로 정부가 나서서 30년 이상 가동되고 있는 월성 1호기 운용과 신고리 5·6호기 신규건설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블로그 그래픽에 언급된 신고리 5,6호기 지진 최대 규모 5.0은 건설허가 심사를 위한 단위인 '모멘트 규모(Mw)'를 사용한 수치로 리히터 규모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모멘트 규모 5.0을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약 6.3(0.145g)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한수원 측은 지난 12일 지진 발생 이후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비롯해 지진 관련 자료들이 각종 수치 차이로 인한 국민들의 혼선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다 쉬운 설명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