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근무처 사무실 이어 자택까지 압수수색했지만…잃어버렸다" 주장

검찰이 '스폰서·수사무마 청탁' 의혹으로 수사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를 상대로 연일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그의 두 번째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21일 검사와 수사관 5∼6명을 김 부장검사의 서울 삼성동 자택에 보내 그가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업무 관련 및 개인 기록, 메모 등 자료를 수색했다.

그러나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의 노트북과 아이패드, 수첩 등만 확보하고 두 번째 휴대전화는 찾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가 해당 휴대전화 기기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감찰팀은 전날에도 기기를 확보하고자 김 부장검사의 직전 근무처 예금보험공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해당 휴대전화는 예보가 김 부장검사에게 업무용으로 교부한 것으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사용됐다.

검찰은 그간 김 부장검사가 이달 12일 임의제출한 개인용 휴대전화 1대와 '스폰서' 김모(46·구속)씨가 이달 5일 체포되며 확보된 그의 휴대전화 3대를 대상으로 복구 작업을 벌여 이들 간의 문자메시지 90% 이상을 복원했다.

그러나 이들이 올해 6월∼7월부터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메신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은 복원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텔레그램은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한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대부분 사진으로 찍어놓아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제의 휴대전화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중요하진 않지만 수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확보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가 해당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고 하는 경위를 파악한 뒤 그가 자신의 비위와 관련한 증거를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를 고의로 없앤 게 아닌지 따져볼 방침이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김 부장검사와 김씨 사이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김 부장검사는 당시 수사를 받던 김씨에게 "한 번만 더 휴대폰도 제발 바꿔주라", "꼭 부탁이니 집 사무실 점검하고 지금 휴대폰 버리고"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중·고교동창인 유통업체 운영자 김씨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고 그가 7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서부지검 담당 검사 및 부장검사 등과 접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던 지난해 옛 검찰 동료 박모 변호사의 증권범죄 사건을 맡거나 수사 정보를 확보해 혐의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변호사는 김 부장에게 부인 계좌 명의와 4천만원을 빌려줬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에게 지난해부터 주기적 접대를 하고 수사 동향을 파악한 의혹이 제기된 검사 출신 KB투자증권 정모(46) 전무를 전날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KB투자증권 임직원 2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효석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