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규모 5.8 본진 탓에 사상 유례없는 여진이 나타나고 있다.

12일부터 21일까지 불과 열흘동안 일어난 지진은 총 412회로 최근 7년동안의 한반도 지진 횟수를 훌쩍 뛰어넘었는 가 하면 위력이 약해졌다가 비교적 강도가 센 규모 4.5와 3.5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11시53분께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0㎞ 지역에서 규모 3.5의 여진이 발생했다.

◇ 기상청·전문가 "오늘 여진은 12일 경주 본진 여파"
기상청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이날 규모 3.5의 여진이 12일 경주 본진 여파로 발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규모 3.4 지진의 진앙지는 19일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덕천리 산 99-6번지에서 북쪽으로 1.2㎞ 떨어진 곳이다.

동쪽으로 600m거리에 KTX 철로가, 북서쪽 6.3㎞ 거리에 신경주역이 각각 있다.

동쪽 1.4㎞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12일 규모 5.8 본진 진앙 내남면 화곡리 산 293.3으로부터는 남남서쪽으로 6.3㎞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날 지진은 12일 규모 5.8의 경주 본진 여파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오늘 발생한 경주 여진은 지난 주 월요일인 12일 밤 일어난 규모 5.8 경주 본진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진도 최근 활성화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양산단층대의 서쪽에서 발생했다.

12일 규모 5.1의 전진에 이어 규모 5.8 규모 본진, 19일 밤 규모 4.5 여진, 이날 3.5의 여진까지 모두 하나의 단층대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 "여진 최소 수주이상 지속…장기화"
전문가들은 경주 여진이 최소 수주이상 지속되는 등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2일 경주 지진은 상당히 큰 규모였기 때문에 여진은 최소 수주일, 최대 몇달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호준 삼성방재연구소 박사도 "여진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종료시점을 가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손 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여진이 1년 넘게 계속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여진이 7∼8년 계속 발생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여진도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도 "다른 지진사례를 보면 여진은 몇주까지 계속 발생할 수 있다"며 "경주 여진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발표될 기상특정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 대규모 지진의 전조 가능성 낮지만 완전히 배제 못해
이 여진들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현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질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압축돼 있던 에너지가 단층 운동을 통해 사라지는데, 이러한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이 최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현상이 규모 6.0 이상의 대지진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지진은 대륙판의 경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열도 밑으로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이 관통하고 있다.

인도나 중국 지역에서도 유라시아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충돌하는 히말라야산맥을 둘러싸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으며, 판의 경계는 없다.

고윤화 기상청장마저도 우리나라에서 규모 6.0대 초반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향후 규모 5.8에서 6.0 이상 심지어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진도 6.5 이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