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 작년 1조174억 탈루 적발…역대 최대
박명재 "고소득층 소득탈루, 조세정의 해치는 중대범죄"


TV를 통해 이름을 알린 유명 음식점 운영자가 거액의 매출을 숨기고 빼돌린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대박'을 본 사실이 적발됐다.

이밖에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 빼돌리는 세금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국세청은 지난해 고소득 자영업자 960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여 탈루소득 총 1조1천741억원을 적발했다.

이는 2014년의 1조51억원보다 16.8%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국세청의 고소득 자영업자 탈루소득 적발 실적은 5년 전인 2011년 7천667억원에 비하면 약 53% 증가한 셈이다.

작년 세무조사를 받은 960명이 세무서에 자진 신고했던 소득액은 1조5천585억원으로, 소득적출률이 43%에 달했다.

이는 100원을 번 경우 57원만 신고하고, 나머지 43원을 빼돌렸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이들 자영업자들에게 세금과 가산세 총 6천59억원을 추징했다.

1인당 평균 탈루금액은 12억2천302만원, 추징액은 6억3천114만원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TV에 소개된 전국 맛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출액을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신고하다가 세무당국에 덜미를 잡혀 소득세와 증여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당했다.

조사결과 A씨는 단가가 낮은 품목을 취급하는 업종의 특성상 매출 대부분이 현금으로 결제되는 점을 악용, 매출액의 일부를 주기적으로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에 빼돌리는 수법으로 현금 수익금액을 축소해 신고했다.

탈루 소득으로는 고가의 아파트와 상가건물, 고급 승용차 등을 사들였으며 부동산 투자를 통해서는 거액의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전관 변호사'인 B씨는 직원이나 직원 배우자 명의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사건 수임료와 성공보수 등을 받는 수법으로 신고누락했다가 적발됐다.

B 변호사는 현금결제 금액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 역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 변호사는 소득세 수십억원 추징에 더해 현금영수증 미발급 과태료까지 수억원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 C씨는 환자들에게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수법으로 탈루한 수입을 호화생활에 탕진했다가 들켜 수십억원의 세금과 과태료를 토해내게 된 것은 물론 검찰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를 고려해 고소득 직종인 병·의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탈루위험이 높은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서만 선별적인 기획조사를 해오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국세청이 적발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재 의원은 "고소득층의 소득 탈루는 공평과세와 조세정의 원칙을 크게 해치는 중대한 범죄로,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직장인들의 근로의욕을 꺾고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지하경제를 집중 관리해 과세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