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불국사 대웅전 출입을 막는 위험 안내문이 세워졌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불국사 대웅전 출입을 막는 위험 안내문이 세워졌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전국 초·중·고 학생을 실은 수학여행 버스로 붐벼야 할 이 일대 주차장이 텅 비어 있었다. 인근 불국사, 안압지, 경주엑스포, 교촌마을 등 주요 관광지와 보문단지 내 대형 호텔,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에서도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압지에서 주차장을 운영하는 김민식 씨(55)는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전국에서 온 수학여행단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인근 울산과 포항에서도 오지 않는다”며 “이러다가 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한 지 1주일여 만인 19일 남남서쪽 11㎞ 지역에서 규모 4.5 등 총 399회의 여진이 발생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일어난 지진 횟수(396회)를 넘는 수치다.

지진에 휘청이는 경주 관광산업
연쇄 지진 여파로 관광객의 방문이 줄어들면서 경주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가 경주행 수학여행을 무더기 취소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경주시 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유스호스텔(13곳)에는 이날까지 전국 10여개 학교에서 850명의 숙박 취소를 통보해왔다. 충북교육청은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에 ‘안전대책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전국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취소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한 충북지역 학교는 초등학교 40곳을 포함해 모두 43곳에 이른다.

경주시는 강진이 발생한 12일부터 지금까지 관광호텔과 휴양콘도, 유스호스텔 등 시내 16곳 숙박업소에서 다음달 3일 개천절까지 예약이 취소된 객실만 2400여개(7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펜션업계 예약 취소율도 전체 8000여 객실 중 12~14일은 50%, 15~17일은 20%로 조사됐다. 추석 연휴 기간인 14~18일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5421명(9%) 줄어든 15만3645명이었다.

경주시는 여행객 안전을 위해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열기로 한 ‘천년야행! 경주 밤을 열다’ 행사를 다음달 말로 연기했다. 올해 문화재청이 공모한 문화재 야행 프로그램에 뽑혀 국비 5억원을 지원받아 세계문화유산과 문화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7야(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행사다. 24일 개최 예정이던 경주 버섯축제도 무기한 연기했다. 경주 남산지구 내 39개 탐방로 전 구간은 이날부터 전면 통제됐다.

경주시는 지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관광·서비스산업에 의존하는 시민의 생존기반이 총체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초긴장하고 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특별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