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경주에 규모 5.8 지진이 난 데 이어 19일 규모 4.5 지진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1주일 간격으로 발생한 두 차례 지진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재난 대응 체계가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량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재난상황에서도 경찰과 소방당국은 음성만 주고받는 주파수공용통신(TRS) 외에 ‘카카오톡’ 등을 활용할 뿐 별도의 재난대응 통신망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용하는 TRS는 음성통신만 가능하다. 소리만 공유하다 보니 유관기관끼리 정보공유에 한계가 있어 현장에서는 사진이나 동영상 공유가 가능한 카카오톡을 보조수단으로 쓰고 있다. 서울시내 대부분 소방서와 경찰서에서는 단체 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TRS를 보조한다. 지방에는 TRS조차 구축이 안 돼 있다.

서울시내 한 소방관은 “소방서장이 단톡방에서 명령을 내리고 현장 요원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단톡방에 올리는 식으로 사실상 지휘 통신망으로 카톡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신 기지국이 손상되거나 전파용량을 초과하는 등 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보조수단이 마비되면 유관기관끼리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난 12일 지진 발생 때 이용자가 몰리면서 데이터 과부하로 카카오톡이 마비됐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TRS의 한계점이 지적됐다. 정부는 이후 ‘국가재난안전 통신망(PS-LTE)’ 구축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5월19일 대국민 담화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의 조속한 구축을 약속했고,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예산(약 1조8000억원) 문제로 사업은 하염없이 지체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이르면 2019년, 사실상 2020년이나 돼야 구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19일 지진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민간에서 지진대응 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진 나면 텔레그램으로 알림 받기’라는 프로그램이 올라왔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지진 관련 게시물이 1분 안에 20개 이상이 올라오면 즉시 텔레그램으로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근본적인 재난대응시스템 구축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허겁지겁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내년부터 2층 건물을 지을 때도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경주지역 강진에 따른 도로 시설물 피해 점검과 함께 다음달 21일까지 전국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 등 모든 도로의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교시설에 대한 내진보강사업 예산을 연간 673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진보강 대상인 학교 건물 3만1000여동에 관련 시설을 모두 설치하는 데는 20년이 걸린다.

고윤상/박상용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