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세로 약국·병원 찾는 사람 많아…지자체 등 심리치료 지원

지난 1주일 동안 땅이 울렁거리고 집이 흔들릴 정도 지진을 잇달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뚜렷한 지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 규모 4.5 이상 지진이 모두 저녁 시간대에 집중하는 까닭에 "해가 떨어져도 집으로 들어가기 무섭다"고 호소한다.

경주에서는 지난 12일 규모 5.1∼5.8 지진이 연거푸 발생한 데 이어 1주일만인 지난 19일 규모 4.5 여진이 또 발생했다.

이 기간에 여진(1.5∼5.0) 횟수도 399회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자 진앙인 경주를 포함해 인근 지역 주민은 마음속에 파고든 '지진공포'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다.

지난 밤 경주 내남면 부지리 주민은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라 마을회관으로 속속 대피했다.

최두찬(55) 부지 1리 이장은 "주민들이 차만 지나가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큰 데 또다시 큰 여진이 나 완전히 사색이 돼 있다"고 말했다.

경주 시민은 잇따른 여진에 "더 큰 지진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보인다.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박현지(42·여)씨는 "지진 직후 집을 뛰쳐나갔다가 경주시에서 '귀가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집에 갔다"며 "이번 지진이 여진이 아니라 전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수면제를 구매하거나 불안증세 치료를 위해 약국·병원을 찾는 사람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주시 동천동 한 약국 관계자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겪은 탓에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하거나, 수면제 처방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인근 대구, 포항 등 주민도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지난 19일 여진 발생 뒤 일부 시민은 생수,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비축하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는 모습 등을 보였다.

김영만(37·포항 두호동) 씨는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며칠씩 밤을 지새웠는데 요즘은 지진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시지동 박모(63)씨는 "몸이 불편하다 보니 지진이 나도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밤새 걱정이 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였다"고 전했다.

이처럼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속출하자 지자체 등도 '정신적 외상 치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주시는 지진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주민이 요청하면 정신보건 전문요원을 보내 정신건강 정보를 나누고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고 있다.

경주시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찾아오거나 전화(1577-0199)를 하면 실시간 상담도 한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도 추석 연휴인 지난 17∼18일 내남면 주민 50여명을 상대로 정신적 외상치료 활동을 했다.

일부 주민은 생각보다 증상이 심각해 지속적인 전문가 상담, 약물치료 등 처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시민이 지진공포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경주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