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주민 불안 극도…일부 귀가 못 하고 집 밖에서 전전

19일 오후 경주에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대구·경북 상당수 주민은 두려움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더구나 이번 지진 진원인 경주에서는 많은 시민이 "더 큰 지진이 오는 것은 아닐까"라며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주시 석장동 동국대학교에서는 기숙사 학생 1천여 명이 지진 직후 학교 운동장으로 긴급대피했다.

상당수 학생은 학교 측 안내에 따라 오후 11시 30분께 돌아갔지만 100여 명은 꺼림칙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운동장에서 밤을 지새웠다.

2학년이라 밝힌 한 학생은 "경주시, 기상청 등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도무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박현지(42·여)씨는 "지진 직후 집을 뛰쳐나갔다가 경주시에서 '귀가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집에 갔으나 이번 지진이 여진이 아니라 전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지진 대비와 관련한 방송을 보니 지진이 났을 때 출입문이 일그러져 집에 갇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 밤사이 현관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진앙에 인접한 부지2리 주민 최소선(84·여)씨는 주택 붕괴를 우려해 귀가하지 못했다.

최씨는 "벌써 수백 번의 여진이 났다고 하는데 어젯밤 지진은 차원이 달랐다"며 몸서리쳤다.

그는 "집이 무너질까 봐 동네 다른 주민 9명과 마을회관에서 함께 밤을 지새웠다.

난리도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또 큰 지진이 날지 누가 아느냐"고 되물었다.

경주시는 밤사이에도 상황실을 가동하고 직원 10여 명이 밤샘근무를 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주와 인접한 포항 시민들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시민은 여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생수,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사려 인근 슈퍼마켓을 찾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 지진 때 물탱크가 파손되는 바람에 이틀 동안 단수 피해를 본 포항시 북구 양학동 한 아파트에서는 또 지진이 발생하자 대부분 주민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일부는 파손에 대비해 단지 내에 대놓은 차를 인근 생활체육공원으로 옮기고 공원 일대를 서성였다.

주민 이모(55)씨는 "가만히 서 있어도 지진이 난 것처럼 다리가 떨리는 느낌이었다"며 "가족에게 수시로 '지진 난 것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포항시 대이동 주민 이모(55)씨는 "아이가 고3인데 이번에도 공부하다가 깜짝 놀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포항이나 경주 수험생들은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포항 북구 두호동에 사는 김영만(37) 씨는 "지난 여름에는 열대야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며칠씩 밤을 지새웠는데 요즘은 지진공포 때문에 또다시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이밖에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는 밤늦도록 불 켜진 집이 많았다.

일부 주민은 겨울옷을 꺼내입고 밤늦도록 삼삼오오 집 밖을 서성였다.

회사원 이정현(48) 씨는 "수험생인 아들이 지진 발생 직후 학교에서 조기 귀가했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해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들도 아들이지만 아내를 비롯해 온 가족이 여진 공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대구 수성구 시지동 박모(63)씨는 "몸이 불편하다 보니 지진이 나도 밖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밤새 걱정이 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였다"고 밝혔다.

대구 북구 복현동에 사는 이모(77)씨는 "지진이 나자 초등생 손자가 자꾸 밖에 나가자고 졸라 밤늦게까지 가족이 불편한 마음으로 지냈다"고 했다.

지난번 지진 때 넘어져 손목을 다친 이승현(66·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며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시에 있는 게 불안해 당분간 시골 친척 집에 갈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김선형 기자 du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