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모든 발전소 정상 가동"…현대차, 생산라인 세우고 점검
울산시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 없어"…잦은 지진에 2차 사고 우려

지난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만인 19일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국내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울산에 들어선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공장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이날 오후 8시 33분께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여진에도 모든 발전소가 안전에 이상 없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고리 원전은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쳐 있다.

고리원전은 오후 8시 45분 B급재난 비상을 발령해 전 직원의 절반을 비상 소집해 원전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등 여진 피해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고리원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재시스템이 대폭 강화됐다는 것이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최악에는 원전 연료가 손상돼 대규모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여진이 고리원전뿐 국내 모든 원전 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안위 측은 "원자력발전소에서 관측된 최대 지진값은 월성원전의 경우 0.0137g, 고리원전 0.0119g, 한울·한빛원전은 0.01g 미만으로 관측돼 설계기준 지진값인 0.2g에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는 원전 16기가 가동 중이다.

고리2, 신고리2·3, 한빛2, 한울4호기는 정비를 받고 있으며, 월성1∼4호기는 12일 발생한 경주 강진 뒤 정밀점검을 위해 수동정지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즉시 멈추고 설비 이상 파악에 나섰다.

이 공장은 안전 점검에서 별다른 이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산업단지와 주요 기업체를 대상으로 피해 여부를 파악 중이다.

울산시는 "남구 석유화학단지나 울주군 온산공단 등 산단 피해를 확인하고 있는데, 아직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울산에는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공단 등을 중심으로 230여 개 업체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유·화학산업단지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 산업에서 생산액으로는 33%, 수출액 기준으로 40%가량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각 업체는 기름, 화학물질, 가스 등을 취급하는 탱크와 배관 설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울산항에도 지진이나 해일에 취약한 액체화물 탱크와 파이프라인이 즐비하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각 업체에는 비상이 걸린다.

석유화학·정유 공장은 거의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회사 안전부서 직원들은 지진을 느끼자마자 피해를 본 설비가 없는지, 공정에 차질이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석유화학·정유 공정은 통상 진도 7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가 적용돼 있다"면서 "지난주 진도 5.8의 지진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오늘 여진의 경우도 현재까지는 별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울산화력본부 울산LNG복합화력 4호기도 이날은 차질 없이 정상 가동 중이다.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는 "진도 5.8 지진 때는 설비 보호 차원에서 발전기가 자동을 멈췄지만, 오늘 진동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좀처럼 겪기 어려운 강한 지진이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발생함에 따라 원전 사고, 각종 위험물·유독물 유출이나 폭발 등 2차 사고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울산 공단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내진 설계가 아무리 잘돼있다 하더라도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 2차 사고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