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재난문자에 비난…대구·경북 자율학습 고교생 귀가, 도시철도 서행

지난 12일 두 차례 강진이 일어난 경북 경주에서 19일 다시 규모 4.5의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경주를 비롯해 인근 지역 주민은 긴급하게 집 밖으로 대피했다가 시간이 지나자 귀가했다.

국민안전처는 12일 강진 때도 '늑장' 발송 비판을 받았으나 이번에도 긴급재난문자를 발생 10분이 지나 보내서 비난을 샀다.

◇ 진앙은 경주 내남면…12일 본진서 3.9㎞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8시 33분 경주시 남남서쪽 11㎞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진앙은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 산 99-6번지다.

지난 12일 본진 진앙 내남면 화곡리 산 293.3번지에서 남쪽으로 3.9㎞ 떨어진 곳이다.

860m 거리에 KTX 철로가 있고, 신경주역에서 남동쪽 7.5㎞ 거리다.

동쪽 1.4㎞ 지점에는 경부고속도로가 있다.

◇ 대구·경북서 건물 흔들려…일단 집 밖으로
지진이 나자 경주를 비롯해 포항, 대구 등 대구·경북 전역에서 약 10초간 진동이 감지됐다.

경주와 포항 시민은 지진이 나자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와 초등학교 운동장, 공원 등으로 긴급하게 대피했다.

진앙과 인접한 경주시 내남면 덕천 1리 이근열(64) 이장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잠조차 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지진 이후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고 조그만 흔들림에도 지진이 아닐까 싶어 마당으로 달려 나오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강한 지진이 다시 발생해 말 그대로 두려운 상황"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 마을은 회관이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위험 판정을 받아 마땅히 대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는 곳도 없는 상황이다.

마을에는 80여 가구, 16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 70∼80대 고령이고 일부는 거동이 불편해 강진이 와도 대피조차 할 수 없다.

인근 내남면 용장리 마을 주차장에는 주민 30여명이 앉아 추위와 불안에 떨었다.

주민 조창우(40)씨는 "강진을 두 번 겪으니 더 두려움을 느낀다"며 "다음에 더 큰 지진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으냐. 대피 방송이고 뭐고 흔들림을 느끼자마자 다들 집 밖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용장1리 이용걸(56) 이장은 "'우르르' 소리가 나자마자 주민이 다 밖으로 나와 있었다"며 "대피하라고 방송하고 나도 대피했다"고 밝혔다.

내남면 부지2리 마을회관에도 주민 10여명이 모여 TV 뉴스에 귀를 곤두세웠다.

경주시 성건동 주민 한모(74·여)씨는 "저녁 식사 후 TV를 보던 중에 갑자기 한옥이 흔들려 식구들과 함께 서천으로 긴급대피했다"고 말했다.

황성동에 사는 김영찬(24)씨는 "12일 지진보다 강도가 약한데도 더 많은 사람이 인근 유림초등학교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차 안에 대피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대피한 주민이 타고 온 승용차로 가득 찼다.

포항시민 손태식(70)씨는 "다들 집에 있기 불안하니까 차를 타고 운동장으로 대피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기숙사 학생 약 1천명과 포항 한동대 기숙사 학생들도 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학교 운동장, 공원 등에 대피한 경주시민은 여진이 발생한 지 3시간이 지나자 집으로 돌아갔다.

여진과 관련해 소방당국에는 경북에서 피해 신고가 2건, 대구에서는 4건이 들어왔다.

대구시소방본부가 확인한 결과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한 주택 벽에, 수성구 두산동 한 빌라 벽에 각각 금이 간 것으로 나타났다.

◇ 신고 폭주…국민안전처 또 늑장 문자
경북도소방본부와 대구시소방본부에는 지진 발생 후 각각 2천여건과 1천여건의 신고가 폭주했다.

국민안전처는 오후 8시 47∼48분 사이에 경주, 포항, 대구 등에 사는 주민에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규모 4.5 여진이 발생한 지 10분이 더 지나서다.

경주시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보다 조금 이른 오후 8시 41분에 경주시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진이 나고서 8분이 지난 뒤였다.

이 같은 늑장 대처에 경주시민은 분노를 나타냈다.

한 경주시민은 "지난번에도 늦게 보내서 말썽이 일었는데 이번에도 또 늦게 보냈다"며 "지진이 나고서 10분이 지나 보내는 것이 무슨 긴급재난문자냐"고 지적했다.

◇ 대구·경북 고교 야간자습 중단
경북도교육청은 19일 오후 고등학교에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시키라고 일선 학교에 통보했다.

경북지역 일반계 고교는 139곳이다.

대부분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앙인 경주지역 일반계 고교 10곳도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집으로 보냈다.

경주 고교들은 지난 12일 지진 직후 일부 학교가 휴업하기도 했으나 추석 연휴가 끝나고 19일부터 다시 정상 수업을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진 발생 직후 고교에 학생들을 귀가하도록 지시했다.

◇ 경주시 "문화재 피해 신고 없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도시철도 1, 2, 3호선 열차를 일시 서행하도록 했다.

공사는 지진이 발생한 직후 재난 매뉴얼에 따라 지하철 운행을 수동으로 전환해 시속 45㎞ 이하로 서행 운행한 뒤 다시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에 있는 신월성원전을 비롯한 전국 원자력발전소는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성원전 1∼4호기는 지난 12일 강진 때 수동 정지한 상태다.

지난 12일 대기업 5곳에 생산라인이 일시 정지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이번에는 정상 가동 중이다.

경주시 문화재보수팀은 여진으로 오후 10시 현재까지 피해 신고가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시 문화재보수팀 관계자는 "불국사에서 상주하는 스님 등이 현재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전해왔다"며 "첨성대에는 따로 상주하는 이들이 없어 시 직원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에는 지난 12일 이미 2차례 강진이 난 데다 추석 연휴 집중호우까지 내려 지반이 약한 상태여서 추가 피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경주에서는 지난 12일 두 차례 강진으로 불국사 지붕 파손 등 문화재 피해가 모두 55건에 이른다.

경주시는 여진 발생 직후 최양식 시장 주재로 간부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도도 도민안전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 유지와 전 직원 비상대기체제로 전환했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김선형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