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문제 제기로 유통 재개됐지만 예산 없어 '그림의 떡'

전국의 상당수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체형에 맞는 않는 의자를 사용해 건강을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교육 당국과 학부모단체에 따르면 대다수 학교가 책상과 의자를 구매하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표준신장이 150㎝보다 큰 초등 고학년생에게 맞는 4호 이상의 의자만 유통됐다.

오랜 기간 2∼3호 의자를 구매하는 학교가 없던 탓에 업체들이 2006년 이후 제품 생산을 중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초등학교 1·2학년생이 초등 고학년용 의자나 중학교 1·2학년용 의자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한국산업표준(KS규격)상 초등 1학년은 2호 의자, 2학년은 2·3호의자, 3·4학년은 3호 의자, 5·6학년은 4호 의자가 적합하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저학년생들도 중학생용인 5호 의자나 초등 5·6학년용 4호 의자를 높이만 조절해 쓰고 있어 성장기 자녀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높이만 낮춘 큰 의자는 초등 저학년생의 체형과 앉았을 때의 자세, 좌판 크기 등을 고려하지 않아 장시간 사용하면 학습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척추에 이상을 가져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회의를 거쳐 관련 업계에 초등 저학년용 의자를 다시 공급하도록 요청했다.

현재 나라장터에 학생용 의자를 등록한 전국 24개 업체 중 4곳이 2·3호 의자를 판매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용 의자 유통은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관련 예산을 바로 확보하지 못해 실제 구매까지는 학교에 따라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일선 학교에서 낡은 책걸상 4만9천 세트를 교체해 달라며 30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지만 실제 교체된 노후 책걸상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7천800세트(9억원 상당)에 불과했다.

올해는 예산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정부가 고시로 정한 교체 연한 8년이 지난 책걸상을 새것으로 바꾸는 대신 6억원을 들여 118개 학교가 보유한 책상 2만7천700개의 상판만 교체했다.

높이가 조절되는 새 책걸상 1세트는 7만3천원인데 책상 1개의 상판만 새로 바꾸는 비용은 2만2천원이어서 연간 10억원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재정난으로 인해 학교들이 신청한 예산을 전액 반영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다"면서 "앞으로 노후 책걸상을 교체할 때 초등 저학년용 의자를 우선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s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