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최강 지진·북한 5차 핵실험…'三災' 겹친 추석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코앞이지만 한반도는 뒤숭숭하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역대 최강 지진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북한의 핵 위협 또한 전에 없이 급박해졌다.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국민은 이 나라에 풍성하고 따뜻한 보름달이 뜨기를 어느 때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 폭염에 추석 물가 급등…콜레라 등 질병까지
올해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사망자가 17명 발생해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에서는 폭염경보가 24일간이나 내려져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의 29일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도 그냥 지나가다시피 한 데다 태풍도 없어 전국이 가뭄에 타들어 갔다.

8월 평년 강우량이 200∼300㎜에 이르는 지역들의 올 8월 강우량은 1㎜ 남짓으로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여름 전국에는 평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적도로 적은 비가 내렸다.

더위는 물러갔지만 여파는 이어져 갖은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추석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기준 22만5천원으로 지난해 19만4천원에 비해 15.9% 올랐다.

대형유통업체는 32만2천500원으로 지난해보다 16% 상승했다.

무더위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폭염의 잔상은 바다에도 깊은 흉터로 남았다.

전국 양식장에서 643만 마리의 어패류가 폐사, 85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종전 가장 큰 피해를 남겼던 2013년의 52억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여기에 때아닌 콜레라까지 15년만에 출몰해 추석 대목을 앞두고 수산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 규모 5.8 최강 지진에 전국이 '흔들'
이 와중에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전국을 흔들었다.

12일 경북 경주 인근 내륙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사장 최강 지진이다.

30여년간 1위 자리를 지키던 1980년 1월 8일 북한 평안북도 삭주 남남서쪽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지진은 2위로 밀려났다.

늦은 저녁 발생한 지진은 전국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이 나자 절차에 따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으로 멈췄다.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 점검하기 위해 수동 정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발전 소속 울산 LNG복합화력 4호기도 가동을 멈췄고,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일부 생산라인을 세웠다.

코레일은 38개 열차에 대해 정차 지령을 내렸고 각 지역 도시철도도 한때 운행이 중단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80층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건물에서도 진동이 느껴졌고, 인근 63층 국제금융센터에는 아예 대피령이 내려졌다.

여기에 메신저 '카카오톡'이 지진 직후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를 일으켜 국민의 불안감을 키웠다.

진앙인 내남면 경주 부지리 주민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연방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백㎞ 이상 떨어진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낀 일부 주민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북한 5차 핵실험 강행…"김정은 정신상태 통제불능"
앞서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일 오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는 규모 5.0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8개월여 만에 최대 위력의 5차 핵실험이라는 초강력 도발을 기습 강행한 것이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 우리 국민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수준의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제 북한의 핵위협은 우리에게 급박하게 닥친 현존하는 위협"이라며 사태를 우려했다.

이어 "권력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와 주변국의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정신상태는 통제불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은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북한 핵실험과 최대 규모 지진으로 고조된 안보·안전에 대한 우려에 추석 민심을 잡고자 앞다퉈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분주하다.

추석을 앞두고 닥친 '3재(三災)'가 한가위를 고비로 누그러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소망은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보인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