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손수레차 밀고 선로 보수 가던 중…KTX 덮쳐 4명 사상

경북 김천 경부선에서 KTX 열차가 선로를 보수하던 근로자 4명을 친 사고를 두고 코레일과 근로자 의견이 엇갈린다.

코레일 측은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근로자들은 지시를 받고 선로에 들어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어느 한쪽 진술이 거짓이고 사고의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사고 순간
13일 오전 0시 47분 김천시 모암동 KTX 상행선 김천구미역에서 7㎞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보수하러 가던 근로자 11명이 급히 피신했다.

불빛과 함께 갑자기 앞쪽에서 KTX 열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경찰은 시속 170㎞라고, 코레일은 시속 150㎞라고 각각 밝혔다.

근로자 11명은 트롤리(trolley)라는 가로 2.5m, 세로 3m 손수레 차를 철로 위에 얹어 밀면서 철로 보수하러 가던 중이었다.

트롤리 안에 철로와 침목 아래 자갈을 다지는 장비를 싣고 있었다.

시속 170㎞의 KTX가 순식간에 덮치는 바람에 7명은 몸을 피했으나 4명은 미처 피하지 못해 이 중 장 모(51) 씨 등 2명은 숨졌다.

다행히 부상자 2명은 찰과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 엇갈린 주장
부산역발 행신역행 KTX 열차는 12일 오후 10시 부산역을 출발했다.

1시간 후에 김천구미역 부근에 도착해야 했지만 이날 지진 때문에 대부분열차가 서행하는 바람에 많이 늦었다.

코레일 측은 "구간에 따라 시속 30∼150㎞로 서행했다"며 "행신역에 13일 오전 1시 19분에 도착 예정이던 열차가 0시 47분께 김천구미역 부근을 지났다"고 했다.

코레일은 "야간작업 시간은 열차가 다니지 않는 오전 1시부터 4시 30분 사이"라며 "그전에 근로자들이 선로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로 보수 작업을 한 근로자들은 "작업지시를 받고 선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은 코레일 하도급인 S 업체 소속이다.

유족 측은 "당시 현장에는 코레일 시설관리 직원이 있어 승인을 받고서 근로자 11명이 투입돼 작업했다"고 말했다.

◇ 경찰수사
김천경찰서는 코레일 관계자와 S 업체 근로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근로자들은 "작업지시를 받았다"고, 코레일 측은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상반된 주장을 했다.

경찰은 양측 주장이 엇갈리자 평소 작업지시 방법과 작업지시 이전 트롤리 운행 통제방법 등도 조사하고 있다.

김천경찰서 김진덕 강력1팀장은 "작업지시 여부가 핵심인데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천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par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