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일 새벽 부산에서 부자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 이면에는 장애가 있는 아들에 대한 아빠의 애틋한 사랑이 있었다.

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밤길 운전을 하다가 변을 당했을 것이라는 게 유족의 한결같은 말이다.

13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시 49분께 부산 사상구 낙동대로에서 임모(47)씨가 몰던 1t 트럭이 불법 정차한 25t 탑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임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들(8)이 숨졌다.

임씨는 9년 전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아내는 지적장애 1급인 아들의 돌이 되기도 전에 집을 나갔다.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임씨를 대신해 누나(55)와 식당을 운영하는 형(61) 부부가 아들을 번갈아가며 키웠다.

임씨는 아들이 올해 초 특수학교에 입학하면서 주로 부산 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재웠다.

스쿨버스가 집 앞으로 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들이 학교수업을 마치면 주로 누나 집이나 형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데리고 갔다.

일이 있으면 아이를 맡겨두고 다녀왔고, 없으면 형의 식당 일을 거들며 아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했다.

임씨는 지난 3월부터 한 달에 104시간까지 무료로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좋지 않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장애가 있는 아들을 맡길 수 없었다고 한다.

임씨는 입버릇처럼 "아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 형이 숨지면서 1t 트럭을 물려받았고, 아들은 이 차를 유난히 좋아했다.

운전대를 만지거나 아빠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이 때문에 임씨는 종종 밤늦게 아들을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했다는 게 유족의 말이다.

사고 전날에도 임씨는 형수(55)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오후 9시 30분께 아들과 함께 집에 갔다.

임씨는 집에서 형수가 챙겨 준 포도 등 과일을 아들과 나눠 먹고 오후 11시 30분 이후에 집을 나섰다.

평소 일찍 잠들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야간 드라이브를 하다가 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게 유족의 추측이다.

경찰은 임씨가 졸음운전을 했거나 아들을 살피다가 미처 앞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추돌사고를 내 함께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차근호 기자 youngkyu@yna.co.kr,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