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동일본 대지진 여파…향후 지진 증가 가능성"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2일 오후 우리나라에서 지진 관측사상 최강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에 앞서 규모 5.1의지진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한반도에서 5.1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이어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후 8시 32분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점에서 1차 지진보다 강한 5.8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

한반도는 지질 구조상 일본과 같은 판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어 지진 안전지대라는 관측이 그간 우세했다.

그러나 올해 7월 5일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의 강한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이날 5.0을 웃도는 큰 규모의 지진이 두 차례 한반도를 강타했다.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론'이 힘을 잃는 모습이다.

이날 지진이 한반도 기준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라는 데는 학계의 이견이 없다.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5.0대 지진이 짧은 시간에 두 차례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진 전문가 홍태경 연세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 원인을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지목했다.

홍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과거 수마트라 대지진은 10년간 여진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며 "이 여파가 지속하면서 오늘과 같은 수준의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지진 여파는 지진 발생 빈도가 확 높아졌다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다시 높아지는 일이 반복되는 식으로 나타난다"며 "오늘 지진은 빈도가 급증하는 시점이 됐다는 뜻으로, 향후 지진이 증가 추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진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국내 건축 상황을 크게 우려하며 당장 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는 "규모 5.8이면 진앙지의 낡은 건물이 무너질 수 있는 정도"라며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다면 모르겠지만, 노후한 건물은 그냥 무너지는 수준이어서 늦기 전에 당장 안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진 설계가 돼 있지만, 국내에서 지진 발생 규모가 커지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에 큰 충격이 가해져 가동이 자동 정지되면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지진 시나리오를 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pul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