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습 음주운전도 벌금형 그쳐…미국은 10년 3회에 7년 징역형으로 '엄벌'
스웨덴 금고형에 전자장치로 감시…처벌 강화·재발방지 프로그램 확충 절실

지난 2일 청주시 상당구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승합차를 몰다 편의점으로 돌진한 김모(40)씨.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총 4번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됐다.

이 중 3번은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지난 2일 5번째 음주 운전 때에도 그는 사고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인사불성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221%였다.

경찰은 음주 운전을 한 김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2001년과 2010년 3번의 음주 사고를 냈지만, 또다시 습관처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은 지난 4월 25일부터 음주 교통사고 사건처리기준을 대폭 강화한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시행했다.

최근 5년간 5번의 음주운전을 한 경우 '상습 음주'로 간주해 차량 몰수를 구형하기로 했다.

강화한 처벌이지만, 음주운전이 애꿎은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살인행위'라는 점에서 '5년에 5번'으로 정한 '상습 음주운전'의 기준은 여전히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습관으로 음주 운전을 반족하는 운전자들에게 억제 효과가 거의 없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편의점 돌진 사고를 낸 김씨는 10년간 4번이나 음주 사고를 냈지만, 강화된 처벌 기준에 미치지 못해 '상습 음주운전자'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5월 24일 음주 운전 사고를 낸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31·본명 김영운)은 지난 7일 1심에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법원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잘못을 인정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형으로 '선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9년 10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승객이 탄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전력이 있었음에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강인은 2009년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을 때도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2번의 음주 뺑소니 사고에 잇따라 벌금형이 선고된 것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을 목에 건 '펜싱영웅' 김영호(45)씨도 지난달 무려 네 번째 음주 운전에 대해 벌금형을 받았다.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는 검경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습적인 음주 운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2014년까지 음주 운전 적발자 120만2천734명 중 50만2천952명이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다가 적발됐다.

재범률은 41.8%에 달한다.

3회 이상 적발된 상습음주 운전자는 2013년 3만9천490명에서 2014년 4만4천717명, 지난해는 4만4천98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음주 운전 사범 중 5명 중에 1명(18.5%)은 3회 이상 적발자로 나타났다.

음주 운전은 '습관'처럼 반복되는 만큼 상습 음주 운전자들에 대한 처벌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임재경 박사는 "적발되지 않은 음주 운전 경험자들이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다"면서 "상습 음주 기준과 처벌을 강화해야 음주운전과 그에 따른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상습 음주 운전자들에 대한 기준이 우리보다 훨씬 엄격하다.

영국은 10년 내 2번 음주 운전에 적발되면 최소 3년간 운전 자격을 박탈한다.

음주 사망 사고를 내면 14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고, 벌금형은 액수에 제한이 없다.

미국에서는 10년 3회 이상 음주 운전을 하면 7년 이하에 징역에 처하고 최소 1년간 운전대를 잡을 수 없다.

5년 안에 2번 이상 적발되면 반드시 구금형을 선고받고 운전자의 차량은 몰수된다.

외국에서는 상습 음주 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물론 치료와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캐나다는 2회 이상 음주 운전 적발 시 심리검사와 치료를 받은 뒤 심사를 통과해야 면허 회복이 결정된다.

독일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후 재취득할 때 알코올중독 여부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지참해야 한다.

호주는 음주 운전자의 이름을 신문에 공개하고 싱가포르는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은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 금고형을 선고하고, 전자장치를 통한 지속적인 감시를 하고 있다.

단순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음주 운전 문화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습 음주 운전자들이 기존 제재 조치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음주 운전 회피 교육, 음주 운전자 인격 특성 치유 프로그램, 음주 문화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재발 방지책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음주 운전이 범죄라기보다는 실수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처벌 강화는 물론 선진국처럼 사회적 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