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만 좇는 '먹방'이 비만 문제 더 키운다"
“지난해 일본은 비만 문제를 병으로 봐야 한다며 ‘비만병’이라는 명칭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텔레비전을 틀면 어디서든 먹방(음식을 먹는 방송)이 나오는 ‘먹방’ 공화국입니다. 비만을 막기 위한 사회 경제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만을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병리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사회 주체가 비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비만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5㎏/㎡ 이상을 말한다.

유 이사장은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어릴 때부터 식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식이나 식품을 달게 해 다른 사람을 살찌워야 돈 버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기업이나 식당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설탕이 잔뜩 들어간 음식을 만들면서 아이들에게 ‘먹지 말고 운동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1992년 창립한 대한비만학회는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은 물론 영양 운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만여명이 참여하는 비만 분야 대표학회다. 유 이사장은 학회를 맡아 운영하며 지난 1~4일 제2회 비만 및 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ICOMES)를 치렀다. 올해 주제는 ‘비만의 물결’이었다. 비만이 단순한 건강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 큰 문제로 다가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유 이사장은 “물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비만 문제도 갑자기 우리 사회에 거대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만을 질환으로 보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자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정했다. 비만이 원인인 질환에 위암, 갑상샘암 등 8종류의 암도 추가했다. 유 이사장은 “비만하면 고지혈증, 당뇨 등 만성질환만 걸리는 줄 알지만 암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도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고도비만 환자 수술에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정 문제 때문에 정책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유 이사장은 “고도비만은 가난처럼 한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결혼 출산 등을 통해 대물림된다”며 “수술비만 1000만원 정도기 때문에 의학적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치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4년 가수 신해철 씨 사망사고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만 수술을 건강보험에 포함해 미용성형과 비만 치료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종 비만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어린아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단순당 첨가당이 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등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를 위해 비만 교육자 과정도 개설했다. 의사가 아니라 일반인 중 비만을 제대로 아는 수준 높은 교육자를 양성해 정확한 비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