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작업자 1명은 빠져나와…"용접 불꽃 천장 단열재로 튀어"

경기도 김포의 한 주상복합 건물 공사 현장에서 불이나 지하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4명이 맹독성 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2명이 위독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근로자들이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천장 단열재로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도소방안전본부와 김포소방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1시 38분께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불이 나 50여 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지하 2층에서 스프링클러 배관 용접 작업을 하던 근로자 7명 가운데 A(64)씨와 B(45)씨 등 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또한 작업자 2명이 심정지 상태에서 소방당국에 구조돼 호흡을 되찾았지만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다.

숨졌거나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진 근로자들은 지하 1∼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함께 지하 2층에서 작업했던 C(47)씨는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1층에 동료를 만나러 잠시 올라갔다가 생존했다.

그는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온 직후 경찰 조사에서 "동료 작업자를 만나러 건물 1층에 잠시 올라갔다가 물을 마시던 중 불길이 솟아 오른 게 보였다"며 "소화기로 끄려고 했으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대피했다"고 진술했다.

화재 당시 용접 작업자 6명을 제외한 나머지 30여명의 근로자는 모두 대피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펌프차와 구급차 등 차량 40여 대와 구조인력 120여명을 투입하고 인근 부천·안산·고양·일산·인천소방의 지원을 받아 진화 및 구조작업을 벌였다.

불이 난 건물은 지하 2층에 지상 10층, 연면적 1만5천900㎡ 규모로 지난해 12월 착공해 2017년 1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현재 지상 4층까지 올라간 상태다.

소방당국은 지하 2층에서 용접 작업 중 불꽃이 천장에 있던 우레탄폼 소재 단열재로 튀어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공사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우레탄폼이 탈 때 배출하는 사이안화수소(HCN)는 소량만 들이마셔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박승주 김포소방서장은 "단순 화재이지만 우레탄폼에서 연기가 많이 발생해 작업자들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우레탄폼이 타서 나오는 연기는 한 모금만 마셔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포경찰서장을 팀장으로 김포서 형사과 직원과 경기남부청 과학수사팀 요원 등 70여명을 투입해 수사 전담팀을 구성하고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날 연기 배출 작업이 마무리된 뒤 1차 감식을 했고 1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재감식팀과 함께 2차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또 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춘 상태에서 작업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용접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용접 전에 화기작업허가서를 작성하고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를 배치해야 한다.

용접작업이 진행될 땐 바닥으로 튀는 불티를 받을 포, 제3종 분말소화기 2개, 물통, 모래를 담은 양동이(건조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날 발화 지점인 지하 2층에 소화기가 배치돼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망자들이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국과수에 시신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

부검은 12일 오전 서울 국과수에서 진행된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작업을 해서 화재 원인을 조사한 뒤 시공사 소속 현장소장 등 공사 책임자를 불러 화재 당시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포연합뉴스) 강종구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