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520만 시대…혼밥·혼술 조명 프로 잇따라

"혼자 사는 게 제일 맘 편하다."(네이버 아이디 'hyos****')

"눈치 보는 사회가 변화하는 중"(네이버 아이디 'qhdw****')

"남 눈치 안 보고, 맞춰줄 필요도 없고, 의무도 없고 권리만 있는 솔로 생활을 싫어할 이유가 있나?" (네이버 아이디 'dust****')

지난 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명으로 구성된 '나 홀로 가구'가 국내에서 가장 흔한 가구가 됐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 사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인 가구는 520만3천 가구로, 전체(1천911만1천 가구)의 27.2%를 차지하며 2010년 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2인 가구(499만4천 가구·26.1%), 3인 가구(410만1천 가구·21.5%), 4인 가구(358만9천 가구·18.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TV가 잇따라 1인 가구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전현무·이국주도…TV가 조명하는 '나홀로 족'
◇ TV, 1인 가구를 조준하다

2013년 시작해 여전히 순항 중인 MBC TV '나 혼자 산다'를 필두로,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에 주목하는 프로그램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말에는 스타가 혼자서 밥을 먹는 모습을 조용히 보여주는 올'리브 '조용한 식사'가 등장하더니, 혼자서 술을 즐기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최근 시작했다.

오는 20일에는 스타를 온라인으로 초대해, '혼밥'을 주제로 다양한 음식 이야기를 원격 토크 형식으로 선보이는 올'리브 '8시에 만나'가 선보인다.

'먹방'은 인터넷TV에서 출발했다.

여러 인터넷TV에서 혼자 맛있게 뭔가를 먹는 방송들이 히트를 치면서 케이블과 지상파 TV에도 '혼밥'과 '혼술'을 주제로 한 예능과 드라마가 상륙한 것이다.

파일럿을 거쳐 최근 정규 편성된 SBS TV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는 '나 혼자 산다'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변주다.

혼자 사는 장성한 남성 스타의 생활을 조명하면서 관찰자로 그들의 엄마를 내세웠다.

또 지난달 18일 시작한 tvN '내 귀에 캔디'는 혼자 사는 스타의 외로움을 쓰다듬는다.

익명의 상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스타가 자신의 심경과 외로움을 토로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현무·이국주도…TV가 조명하는 '나홀로 족'
◇ TV 보며 동병상련…타인의 삶 엿보는 재미도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했다고 혼자 사는 사람만 이들 프로그램을 보는 게 아니다.

실제 혼자 사는 사람은 TV를 보며 동병상련이나 위안을 얻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를 얻는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46세의 싱글 직장여성 민정연 씨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사는 게 나만이 아님을 TV를 통해 확인하며 위안을 얻는다"고 토로했다.

39세의 기혼남성 이성진 씨는 "나는 혼자서 밥을 먹거나 혼자 살지 않지만, '나 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재미있다"면서 "남들은 저렇게 살기도 하는구나 엿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 "혼자 사는 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라 이들을 타깃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도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9일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혼자 살아야 하는 고령층도 늘어날 것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을 늦추거나 회피하며 혼자 사는 젊은층도 많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또 결혼을 해서도 부부가 같이 있지 않고 여러 상황상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혼자 사는 시청자는 1인 가구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 상황, 내 처지 같이 느낄 것"이라며 "혼자 사는 게 굉장히 힘들 수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그걸 객관화시켜서 멋지게 보이게 하거나 삶의 팁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시선이 많았다면 지금은 달라졌음을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다"면서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가구, 가족의 모습이 등장할 것인데 미디어는 이를 편파되지 않게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