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인데…" 더딘 복구에 막막한 주민들
물 빠지지 않은 곳 많아…관광객도 거의 끊겨

"곧 추석인데 이 난리 통에 제사를 어떻게 모실지…"

추석이 한주 앞으로 다가온 8일 오후 포항에서 썬라이즈호를 타고 도착한 울릉도는 폭우가 남긴 상흔을 그대로 드러내며 신음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워낙 피해가 큰 탓에 주민들은 언제쯤 원래 모습을 되찾을까 막막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폭탄'이 쏟아진 지 열흘이 다 됐는데도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곳이 많아 장화를 신고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산사태로 복개 구조물 160m가 매몰된 울릉읍 사동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곳곳에서 주택 벽과 지붕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주민 일상은 12일째 사라졌다.

사동항 주민 강성화(44·여)씨는 "그날따라 산이 위험해 보였다.

이상하다고 느낄 때 토사가 아이들 방 벽을 뚫고 들어오면서 집이 무너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세 아이를 데리고 8일 동안 모텔로 피란했다가 겨우 임시 거처를 구했다.

임시 거처로 가는 길은 토사를 밟고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했다.

품에 안긴 세 살배기 아들은 황토물이 가득한 도로를 쳐다볼 때마다 겁을 먹은 듯 불안스러워했다.

가로수와 표지판, 버스 정류장도 넘어져 도로에 누워있었다.

지게차, 포크레인, 트럭이 흙탕물을 튀기며 지나갈 때마다 도로변에서 가재도구를 씻던 주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전분자(62·여) 씨는 "지붕에 빗물이 가득 차는 바람에 가게 천장이 무너지기 직전이다"며 "군청은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주택 복구만 도와주고 상가 복구는 방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추석이 다가오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탄식하며 "추석 전에 하루빨리 복구하고 정리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주민들은 대체로 태풍 나비, 매미 이후로 이런 수해는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돌산인 울릉도 자연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정부가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터널이 있었는데 없어져 버렸습니다.

태풍만 오면 무서워서 못 살겠습니다.

"
자원봉사자 최일환(59·자영업자)씨는 가두봉 등대에서 포크레인 옆을 지나는 자동차를 안내하는 일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는 산사태로 무너진 경사면을 가리키며 "보기만 해도 겁난다.

다 무너져내려 터널도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울릉 일주도로 가두봉 터널 일대에는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398.1mm의 폭우가 내렸다.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토석 2만여t을 견디지 못한 터널은 힘없이 붕괴했고, 이 때문에 울릉 일주도로 2㎞ 구간이 마비됐다가 이날 오후 3시께 임시 개통했다.

가두봉은 경사면 전체가 균열형 암벽이다.

비만 오면 낙석과 산사태가 일어난다고 한다.

인근 해변에는 임시로 옮긴 산사태 잔해물들이 흉물스럽게 쌓였다.

공공근로자들과 함께 도로를 청소하던 김주철(54) 서면사무소 도로담당은 "섬 자체가 악산이어서 위험한 도로가 많다.

떨어지는 돌을 막기 위한 터널을 다시 세워도 또 무너질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울릉군에 들어온 피해 신고는 105건이다.

주택 36가구와 농업시설 45곳이 침수하거나 무너졌다.

군은 피해액을 56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관광객 발길도 사실상 끊겼다.

이날 취항해 오전 10시 50분에 포항에서 출발한 썬라이즈호에는 고작 10명이 탔다.

관광객이라고는 외국인 관광객 한 팀을 마주친 것이 전부다.

기상 악화로 이틀간 배가 결항한다고 해 오후 늦게 급하게 올라탄 포항행 배 승객 수는 30명 정도였다.

결항 때문에 그나마 승객이 몰린 것이라고 했다.

(울릉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