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월미도 앞바다서 전승 기념식…3천여명 참석

66년 전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이 9일 인천시 중구 월미도 앞바다에서 생생하게 재연됐다.

오전 11시 20분 작전 시작을 알리는 해군 대잠헬기 1대가 해상으로 날아올랐다.

링스헬기는 창공을 비행하며 수중에서 어뢰 공격을 노리는 적 잠수함을 탐색했다.

뒤따라 날아온 다른 헬기가 탐색 끝에 어뢰를 투하해 잠수함을 공격했다.

때 맞춰 낙하산을 펼친 해군 특수전 전단 대원 10명은 해안에 있는 적군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해상 독도함에서는 해병대 작전요원들이 상륙용 고무보트를 타고 월미도 해안선으로 돌진했다.

공군과 해상 함정의 화력 지원도 잇따랐다.

율곡이이함과 인천함은 요원들이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함포 66발을 쏘며 엄호했다.

하늘에서는 전투기 6대의 공중 사격이 이어졌다.

한·미 해군이 바닷속 지뢰(기뢰) 2개를 찾아 폭파하는 소해 작전을 펼치자 상륙돌격장갑차(KAAV)와 공기부양정(LSF)이 일제히 돌격했다.

시속 300㎞로 날며 적진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상륙기동헬기도 공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해상에서 '쾅' 소리와 함께 거대한 구름 모양의 황토빛 연막탄이 퍼졌다.

관람석에서는 연신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졌다.

그 틈을 타 해군 5전단장이 지휘하는 상륙기동부대가 탄 상륙함(LST)이 화력지원을 받으며 해안에 상륙했다.

상륙군과 북한군의 접전에 관람석까지 짙은 연기로 뒤덮이자 관객들은 마치 66년전 현장으로 돌아간 듯 함성을 내질렀다.

"북한 진지와 병력이 무력화됐습니다!"
도착한 우리 군이 교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30분간의 인천상륙작전 재연이 마무리됐다.

창공에 높이 내걸린 태극기가 나부끼고 관람석에서는 3천여 명의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해군첩보부대의 '엑스-레이(X-ray)' 작전에서 큰 공을 세운 김순기(90) 씨는 생생한 재연을 지켜본 뒤 "내가 이 해안에 살던 사람인데 감개무량하다"며 "전쟁 후 세대는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그는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 월드투게더의 초청을 받아 아내 사치코 여사와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에서는 독도함을 비롯해 한·미 해군 함정 17척, 항공기 15대, 상륙돌격장갑차 21대가 동원됐다.

재연행사 전에는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공정식 전 해병대 사령관, 유정복 인천시장, 6·25 참전용사 등이 월미도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에 헌화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은 원래 작전 D-데이를 기념해 매년 9월 15일 열렸지만 올해는 추석과 겹쳐 일정을 앞당겼다.

정 참모총장은 기념사에서 "인천상륙작전 참전 용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작전을 수행했듯이 해군 해병대도 용맹스러운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굳건히 수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