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 의사 시대가 열린다.

IBM과 가천대 길병원은 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15일부터 암 진단 및 치료에 왓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병원이 의료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에 있는 길병원은 1400개 병상을 보유한 국내 5위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70여명의 종양학 전문의가 매년 5만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길병원은 유방암 폐암 직장암 위암 등의 치료에 왓슨을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의사가 모여 함께 논문을 찾고 진단명과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 왓슨이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료 수준이 높은 방향으로 표준화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왓슨의 최대 장점은 의사들이 놓칠 수 있는 최신 의료 기술까지 반영해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머켈 IBM 왓슨 헬스종양학·유전학 총괄 사장은 “암 분야에서만 매일 122개의 새로운 논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지식은 이미 인간이 따라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왓슨이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 기반인 데다 국내 암 환자의 특수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외국 프로그램을 그대로 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질환 등에 대한 정보를 왓슨이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에서는 환자 판독을 의사가 하면 500달러, 왓슨이 하면 100달러를 내는 식으로 왓슨 활용을 유도한다”며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가이드라인조차 없다”고 했다.

이호기/이지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