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내년 대선 가장 중요한 의제는 '1대 99' 문제 해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 교수에 한국 경제학자와 토론 제안

북미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식당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만나 '불평등' 문제 해결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11년 '정보비대칭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진보적 경제학자다.

'불평등의 대가' 등 저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장 실패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은 미국과 한국 모두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저소득층과 청년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 시장이 먼저 "'불평등의 대가'를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국의 불평등도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운을 뗐다.

박 시장은 한국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 (한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1대 99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위 1%가 사회의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는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한국 경제학자들과 만나 이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한국이 스티글리츠 교수의 이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시험장이 될 것이라는 박 시장의 제안에 스티글리츠 교수도 '아주 좋다"고 수락했다.

박 시장은 "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성장 모멘텀이 줄어들어 젊은이들이 절망에 빠져 있다"며 "어떻게 하면 고속성장에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어 "복지와 일자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스티글리츠 교수가 저서 등에서 강조한 세제개혁의 중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9∼2015년 사이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2009∼2012년 3년간 91%의 경제성장 성과가 상위 1%에 모두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풀타임(full-time)으로 일하는데 저소득으로 전락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도 60년 동안 최저임금 변화가 없었다"면서 "연방정부가 어떤 정책도 내놓지 않았지만,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지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변화가 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세금제도를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에 "화석연료 억제,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 세입 증가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라며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사회적 복지와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한다면 불평등을 해소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 중소기업 지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적용, 노동존중특별시 지향 등 서울의 경제민주화정책을 소개하며 "지난 5년간 서울시를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고, 좋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에는 뉴욕에서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 창업자 아리아나 허핑턴(66·여)을 만나 건강, 언론, 정치 등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허핑턴포스트를 매각하고 건강 관련 매체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 허핑턴은 "사람들이 음양의 조화를 이뤄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