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드론 폴리스' 출범…해수욕장에서는 드론 인명구조대 운용
"미래 성장동력 삼자"…지자체 관련산업 유치 경쟁도 갈수록 치열


지난달 25∼28일 '2016 충북 영동 포도축제'가 펼쳐진 영동체육관 상공. 벌처럼 '윙 윙' 소리를 내는 소형 무인항공기(드론·drone) 1대가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상 모니터에 전송했다.

영상 자료를 넘겨받은 운영팀은 차량 혼잡이 빚어지는 곳에 즉각 교통요원을 내보내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찾아내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드론이 축제 운영진을 도와 행사장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 활동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드론 조종을 맡은 안전관리과 차정훈 주무관은 "지상 50m 높이에 뜬 드론이 축제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행사 진행을 도왔다"며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은 편집을 거친 뒤 홍보용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드론의 활동 영역이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산업 현장을 넘어서 행정 분야 곳곳으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단순한 사진 촬영이나 산불 예찰, 물류 배송 등은 새로울 것도 없다.

농사를 짓거나 재난 또는 환경 현장 감시, 실종자 수색, 레저 활동에 이르기까지 드론 하나면 못하는 게 없는 시대가 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행정 현장에 앞다퉈 드론을 도입하고 있다.

드론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투자하는 곳도 많다.

20세기 초 군사용으로 개발된 드론이 어른 장난감을 넘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 '매의 눈' 드론…수색·감시·구조현장서 실력발휘
경남경찰청은 최근 전국 최초의 '드론 폴리스'를 출범했다.

드론 운용 능력을 키운 경찰관을 육성해 실종자 수색이나 시설 보호, 교통단속과 각종 사고현장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조현배 경남경찰청장은 "경찰 업무 전반에서 드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대로 운용하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릉시도 지난 여름 경포해수욕장에서 '드론 인명구조대'를 운영했다.

드론은 해수욕장 주변을 비행하면서 위험에 처하거나 통제구역을 벗어난 피서객을 찾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달 10일 충북 영동군 양산면서는 길을 잃을 70대 정신장애 노인이 드론에 발견돼 집으로 돌아갔고, 7월 경남 창녕 화왕산에서 조난당한 70대 등산객이 드론을 띄워 수색한 119구조대에 3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같은 달 강원도 정선에서 승용차 추락사고로 급류에 휩쓸린 4명의 실종자를 찾아내는 데도 드론 역할이 컸다.

드론은 환경 감시나 구조물 안전점검까지 척척 해낸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5월 드론을 띄워 흙먼지를 풀풀 날리던 수도권 공사장 42곳을 적발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사람이 단속할 경우 업체들이 신속하게 대처해 위반 현장을 잡기 힘들었는데, 풀HD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띄우면서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최근 길이 1.2㎞의 강화 초지대교 안전 점검에 드론을 투입했다.

접근하기 어려운 교량 구조물 가까이 드론을 날려 영상·사진을 촬영한 뒤 이를 분석해 안전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대구시도 83타워·유니버시아드 테니스장·와룡대교 등 대형 시설물에 드론을 띄워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드론은 낙동강과 금강 유역을 진녹색으로 물들인 녹조 띠를 감시하는 등 환경 분야에서도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 씨 뿌리고, 농약 살포…농사꾼 역할도 '척척'
지난 6월 전북 김제 호남평야에서는 농사용 드론이 볍씨를 파종하고, 농약과 비료를 살포하는 시연행사가 열렸다.

드론은 불과 5분만에 논 1만㎡에 농약을 살포하는 뛰어난 작업량을 과시했다.

사람이라면 2명이 1시간 넘게 걸렸을 일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농업용 드론은 가격이 4천만원 안팎으로 무인헬기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기체가 작아 기동력도 뛰어나다"며 "씨앗 파종도 가능해 농촌 인력난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값비싼 무인헬기보다 드론이 경제성과 활용도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는 얘기다.

충북 진천군과 초평농협도 지난달 드론을 이용해 초평면 중석리의 논 1.3㏊에 대한 병충해 방제를 했다.

이 농협은 드론 3대를 구매, 내년부터 일손이 부족한 농경지 300㏊를 대신 관리해준다는 계획이다.

전남 고흥군도 최근 농민들의 신청을 받아 농약을 뿌리는 드론을 띄웠고, 경기도 파주의 장단콩 재배 농민들도 3대의 드론으로 병충해 방제를 하는 중이다.

파주 장단콩 연구회 이혁근 회장은 "드론은 비행하면서 하향풍을 만들어 콩잎 뒷면까지 골고루 약제가 침투하도록 하고, 짧은 시간에 넓은 면적의 작업도 가능하다"고 극찬했다.

◇ "미래 성장동력 선점하자"…지자체 투자 경쟁
드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지자체 경쟁도 치열하다.

전남 영암군은 드론과 항공산업 전진기지 구축을 4대 신발전 전략으로 정했다.

세부전략으로 드론·항공 산업 유치, 드론파크 조성, 드론·항공산업 심포지엄 개최, 드론·항공산업 성장기반 구축 등이 추진된다.

폐광촌인 강원도 영월군도 '드론 밸리' 도약을 꿈꾸고 있다.

드론 안전성 검증 시범지역인 덕포리 일대를 상설공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활주로·계류장·접근 도로·기상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옛 덕포 헬기장 터(5만㎡)에 드론 전용 비행·연구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청주시도 항공레저파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무인항공기 활주로, 라디오 컨트롤(RC) 자동차 트랙과 드론·RC 체험 공간 등을 만들어 전국의 무인 항공·무인 자동차 동호인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청주시는 지난 5월 국내 무인항공기 제작 선도업체인 성우엔지니어링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업체는 2020년까지 392억원을 들여 흥덕구 옥산면 1만500㎡에 무인항공기 제작 공장을 세운다.

부산시는 지난 1월 벡스코에서 아시아 최대 드론 축제인 '2016 드론쇼 코리아'를 열었고, 전남 고흥군은 '드론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나무 한강공원 모형비행장 일대(2만7천㎡)를 '한강 드론공원'으로 지정해 별도의 승인 절차 없이 소형 드론(12㎏ 이하)을 150m 미만의 상공에서 자유롭게 띄우게 했고, 세종시도 정부청사 인근 금강 변에 드론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 안전사고·사생활 침해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드론산업이 성장하려면 추락 등 안전사고와 사생활 침해 방지 대책 등이 먼저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터리를 이용하는 드론은 비행시간이 짧고, 항상 추락 등 안전사고 위험이 따른다.

전파가 끊어지는 등 비상 상황을 고려한 비행 안전거리는 300∼400m에 불과하다.

여기에다가 중요시설이 밀집한 도시 지역에서는 비행제한도 많다.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미리 국방부나 지방항공청 허가를 얻어야 한다.

고화질 카메라 등장에 따른 사생활 침해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오승환 경성대 교수(드론 프레스 대표)는 "드론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데 반해 안전대책 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드론 제조에만 몰두하지 말고, 안전장치나 인권침해 등을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bgi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