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동안 적발된 120만명 중 50만명이 재범…18.5%는 3회 이상 적발, 매년 증가
청주 편의점 돌진 운전자, 4번째 음주 교통사고…연예인·펜싱영웅·택시기사도 '재범'
'5년 5회' 적발돼야 상습운전으로 차량 몰수…"기준 강화해 가중처벌·퇴출해야"


단 한 번의 일탈이 아니다.

음주 운전은 반복하는 나쁜 습관이다.

'도로 위 흉기', 살인 행위나 다름없는 음주 운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의 절반이 과거에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처벌받은 적이 있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음주 운전은 습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2014년까지 음주 운전 적발자 120만2천734명 중 50만2천952명이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다가 적발됐다.

재범률은 41.8%에 달한다.

3회 이상 적발된 상습 음주 운전자는 2013년 3만9천490명에서 2014년 4만4천717명, 지난해는 4만4천98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음주 운전 사범 중 5명 중에 1명(18.5%)은 3회 이상 적발자일 정도로 음주 운전은 '습관'처럼 반복된다.

지난 5일 청주시 상당구 도로에서 술을 마시고 카니발 승합차를 몰다 길가 편의점으로 돌진한 김모(40)씨의 음주 운전도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01년과 2010년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총 3차례의 교통사고를 냈다.

소주 3병을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221% 상태였던 김씨는 편의점에서 3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주차된 벤츠 승용차 등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았지만, 사고를 인지해 차를 세우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다.

그는 경찰에서 "술을 마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깨어나 보니 사고가 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지난 6월 30일 청주 법인택시 기사 송모(41)씨도 소주 1병을 들이킨 뒤 운전대를 잡았다.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송씨는 앞서 가던 택시와 길가 전봇대를 잇따라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이 사고로 그의 택시에 탄 승객 A(56)씨가 목숨을 잃었다.

4년 전에도 음주 운전을 하다가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적이 있는 송씨였지만,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송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2%였다.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인도 음주 운전의 유혹에 반복해서 빠졌다.

7년 전 음주 사고를 낸 적이 있는 슈퍼주니어 강인은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또다시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가로등을 들이받았다.

그는 앞서 2009년 10월 음주 운전을 하며 운전자 등 3명이 탄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한 적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을 목에 건 '펜싱 영웅' 김영호(45)씨도 지난달 무려 네 번째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2004년과 2007년, 2011년에도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4월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고 동승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습' 음주 운전들의 음주 운전은 계속되고 있다.

5년 내 5회 적발되면 차량을 몰수하는 '상습 음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상습 음주 운전자들은 음주 운전이 중대 범죄이자 살인행위라는 경각심이 대체로 약하다"면서 "가중 처벌 적용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횟수를 줄이는 등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의식이 없을 정도로 술을 마신 음주 운전자는 '도로 위의 폭탄'과 다름없다"면서 "상습적으로 음주 운전을 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log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