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 관리·감독 소홀 등 의료계 의견 분분

C형간염 집단감염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사기 재사용이 수십개 의료기관에서 행해진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6일 일회용 주사기와 의료기기를 재사용하거나 소독 불량 및 잘못된 보관 등으로 불법을 저지른 의료기관 2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여기다 주사기 재사용 신고가 들어왔으나 아직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31곳 더 있어 주사기 재사용 의료기관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대표적인 일회용 의료기기인 주사기는 환자 주입용, 채혈용, 관장용 등인데, 환자 주사용인 1㏄, 3㏄, 5㏄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들 주사기가 병원에 공급되는 가격은 개당 80~100원 정도고, 가장 비싼 관장용 주사기도 개당 450~50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내에서도 개당 100원 안팎인 주사기가 재사용됐다는 점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근 어려워진 병원 경영상황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원가의 모 원장은 "몇 년 전 얘기지만, 일부 의원은 비용절감을 위해 원장이 직접 간호인력에 하루 사용할 만큼의 주사기와 거즈를 미리 나눠주고, 될 수 있으면 그 한도 내에서 해결해줄 것을 지시한 때도 있었다"면서 "주사기 가격이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비치지만 누적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주사기는 개당 가격이 비싸지 않지만, 환자들이 많은 의원에서는 연간 수백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재사용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또 주사기는 재사용을 통한 비용절감보다는 사용 과정에서 소독이나 보관 등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내과병원을 운영하는 개원가 원장은 "아무리 환자가 많아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실질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보는 병원은 없다"며 "다만, 잘 사용하지 않는 주사기를 유효기간이 지나도 보관하고 있거나 주사를 놓는 간호사에게 소독이나 감염관리에 대한 교육이 없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윤리적 측면에서는 주사기 재사용이 의사로서 자격을 버린 상식 밖의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사기 재사용은 대학병원이나 감염관리 개념이 있는 개원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사로서 자격을 져버린 일부 몰지각한 의사의 비윤리적인 행동이지 경영이 어렵다고 주사기 재사용 유혹을 느끼는 의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사기 재사용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 역시 앞으로 의료기관의 일회용 의료기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대응에 나섰다.

복지부는 일회용 의료기기의 수입·제조·유통·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의료기기 유통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감염병 전파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거나 병원명을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