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전문계 고교서 4개월간 상급생이 하급생 집중 괴롭혀
피해 학생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결국 경찰 고소


"폭행에 전기 지짐으로 다치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왜 가해자 취급을 당해야 합니까?"

강원 춘천의 한 전문계 고등학교 1학년인 박모(16) 군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끔찍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같은 학교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기능반에 있는 3학년 김모(18) 군이었다.

피해자인 박 군이 밝힌 학교폭력 내용은 심각했다.

김 군은 아침 기상 시간에 자신을 늦게 깨웠다며 박 군의 가슴을 꼬집거나 머리를 때렸다.

다른 학생들이 보고 있음에도 폭행은 서슴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박 군을 돕기는커녕 폭행장면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김 군은 "기능반에 합격하려면 삭발을 해야 한다"며 박 군을 미용실로 데려가 강제로 머리카락을 11㎜로 자르게 했다.

자습시간에는 지옥 같은 이론시험이 치러졌다.

한 문제를 틀릴 때마다 팔굽혀펴기를 10회씩 시켰다.

박 군에게는 합격을 위한 시험이 아닌, 체벌을 위한 시험으로 느껴졌다.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고, 팔굽혀펴기 200회에 박 군의 팔은 인대가 늘어났다.

심지어 체험을 이유로 전기 지짐까지 했다.

김 군은 220v 전류가 흐르는 콘센트 접지확인 테스터기를 박 군의 팔에 갖다 대고 'ON' 스위치를 눌렀다.

잠깐 가져다 댔음에도 박 군은 팔에 화상을 입었다.

삭발, 팔굽혀펴기, 전기 체험은 마치 전통처럼 학생들 사이에서 이어져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은 박 군이 학교폭력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 군의 휴대전화 메시지, 카카오톡, 통화기록 등을 수시로 확인했다.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를 바꾸고 알려주지 않으면 또 괴롭혔다.

박 군은 '기능반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4개월이나 학교폭력을 견뎠지만 더는 견디기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께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은 폭력 사실을 알고도 김 군과 박 군이 같은 실습실을 쓰게 하고, 가해 학생 처벌을 요구한 박 군 측에게 학교 이미지를 생각해 합의부터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건 이후 박 군은 기능반 수업 도중 선생님으로부터 "기능반이 없어지면 다 네 탓이다", "일 크게 만들지 마라" 등의 말과 함께 학급친구들로부터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받은 박 군은 우울감, 불안, 초조, 자살 충동 등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박 군 어머니는 "피해자가 왜 가해자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며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꿈도 잃고 충격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호소했다.

학교 측은 지난달 30일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김 군에 대해 출석정지 10일, 특별교육 40시간 이수, 피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 조처를 내렸다.

학교 관계자는 "상·하급생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이유가 어찌 됐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 만큼 5시간 넘는 논의 끝에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 측은 "피해 학생이 주장하는 것처럼 고의성 짙은 폭행은 없었다"며 "오해를 풀고자 피해 학생 가족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도 보냈으나 답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미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박 군의 가족은 지난달 22일 춘천경찰서에 김 군을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박 군과 참고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번 주 중으로 김 군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