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8년·벌금 100억…檢, 복역 중 벌금 시효종료 막고자 계속 연장
1일 2천만원 대가 '황제노역'…총 9일 노역해 벌금 1억8천만원 낸 셈


'BBK 주가조작 사건' 당사자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가 100억원에 달하는 벌금형의 시효 연장을 위해 검찰이 3년에 1차례씩 자신을 노역장에 보내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졌다.

서울고법 행정2부(이균용 부장판사)는 김씨가 서울남부지검장을 상대로 낸 형집행순서 변경 지휘처분 취소 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를 각하했다고 5일 밝혔다.

1심에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각하는 소송이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아예 당사자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절차다.

김씨는 코스닥 기업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2009년 5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그는 천안교도소에 복역하던 2012년 4월 서울남부지검의 명령으로 6일 동안 징역 대신 노역장에 유치됐다.

노역은 벌금을 미납한 사람이 교도소에서 일정 시간 노역에 종사해 대신 '몸으로 때우는' 처분이다.

벌금형 소멸시효는 3년이다.

형법은 벌금형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않고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된다고 규정한다.

김씨의 경우 징역 8년이 선고돼 벌금을 다 안 내더라도 복역 도중 벌금형 시효가 끝나버릴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검찰이 3년마다 노역장에 일시적으로 유치시켜 벌금형 시효를 살리는 것이다.

검찰은 3년 뒤인 지난해 5월에도 김씨를 3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했다.

징역형과 벌금형은 동시 집행이 가능하다.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징역형 집행을 정지하고 노역장 유치를 집행하게 할 수 있다.

이는 벌금형 시효 완성을 방지하려는 의미가 있다.

김씨는 이에 반발해 "천안교도소의 관할검찰청인 대전지검 또는 대전지검 천안지청이 아닌 서울남부지검이 내린 명령이기 때문에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김씨는 형 집행순서 변경은 수용시설 소재지 관할검찰청이 지휘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무부령 '자유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을 근거로 들었다.

1심은 "법무부령은 검찰 내부의 형 집행사무에 관한 효율적인 업무분장을 위한 것이므로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라 볼 수 없다"며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항소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항소심은 "징역형과 노역장 유치 집행순서를 뒤바꾼 처분이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을 다투려면 먼저 이의신청을 통해 다퉈야 한다"며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각하했다.

재판부는 "재판 결과를 집행하는 검사의 처분에 대해서는 그 판결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내고, 이의신청 결정에 불복할 때는 즉시항고 하도록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벌금 노역의 부당성을 제기해 벌금을 내지 않으려는 '꼼수'를 썼지만, 어쨌건 그는 하루 일당 2천만원에 이르는 '황제노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2012년에 6일, 지난해에 3일 노역을 했다.

노역의 대가로 탕감받은 벌금은 총 1억8천만원에 이른다.

한편 김씨는 징역→ 벌금 노역→ 징역 변경을 피하고자 "형 집행 순서를 가벼운 형에서 무거운 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따라서 노역장에서 징역형으로 변경한 처분은 무효"라는 소송도 냈지만 2014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