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렌트 해서 노는 중"…작별 인사가 된 고3 아들 문자
빗길 교통사고로 고교생 5명 숨져…"일찍 오라고 조금 더 달랠걸"


"차 렌트 해서 노는 중."

3일 오전 3시 20분께 아들 박모(19) 군이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는 영원한 작별 인사가 됐다.

오전 5시가 넘도록 고등학교 3학년 박군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밝자 아들 대신 경찰관이 급하게 대문을 두들겼다.

경찰은 박군 부모가 놀라 쓰러질까 봐 아들의 사망 소식 대신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4시 25분께 대구시 달성군 논공급 남리 5번 국도에서 K5 승용차가 옹벽을 들이받았다.

차에 탄 고3 남학생 5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가 난 지역에는 지난 2일부터 누적 강우량이 78.5mm에 이른다.

박군 어머니는 장례식장에서 기자에게 아들의 마지막 문자를 보여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아들 죽음에 눈물을 흘리지도 못했다.

5명은 전날 노래방에서 보냈다.

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일반고와 공고로 나뉘어 진학했으나 계속 우정을 쌓았다.

장례식장 복도에 앉은 한 아버지는 "그렇게 서로 좋아 죽더니 결국에는 같이 가는구먼"하며 눈물을 닦았다.

정군 할머니는 "이게 꿈이면 좋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머니들은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 말 한마디 내뱉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그 옆에서 아버지들은 합동 장례식, 수목장 등 절차를 놓고 의논했다.

그저 서로 "빗길이니 집에 일찍 오라고 조금 더 달랠 걸 그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버지들은 "저거(아이들) 다섯 명끼리 좋아서 그래(그렇게) 갔는데, 그래(합동 장례식으로) 같이 보내줘야 안 되겠나"고 했다.

한동네에 살지만 부모끼리는 초면이다.

그러나 똑같이 숨진 아이들이 이 집 저 집 오가며 밥을 얻어먹고 놀았던 기억은 있다고 했다.

한 학생의 이모는 "그렇게 차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하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

한 어머니는 "한 명쯤은 살았을 법도 한데 어떻게 안전벨트를 한 애까지 그렇게 갔을지"라며 하늘을 원망했다.

오후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는 오열 소리로 가득 찼다.

장례식장을 찾은 고교생 20여명은 갑작스러운 친구들 죽음이 믿기지 않는지 넋을 놓았다.

한 학생이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은 애들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하자 다른 학생이 등을 두들기며 위로했다.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sunhy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