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오른쪽)이 2일 서울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동원산업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오른쪽)이 2일 서울 서초구 동원산업빌딩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동원산업 제공
동원그룹은 2008년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를 인수했다. 얼마 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은 현지를 돌아보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6·25전쟁 전사자 중 피츠버그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이 2400명으로 캘리포니아주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다.

김 회장의 감회는 남달랐다. 학창시절 전쟁을 직접 겪은 그는 한국을 위해 싸워준 미군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전용사들에게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경영진을 불러모았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동원은 2010년부터 작은 행사를 열었다. 참전용사와 가족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하기 시작했다. 첫해에는 참전용사 부부 25쌍을 초청했다. 매년 더 많은 참전용사를 찾아 올해는 170명으로 늘렸다.

김 회장은 “6·25전쟁에 참전한 용사들의 희생이 한국이 오늘처럼 발전하는 데 바탕이 됐다는 것을 알고 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스타키스트에 올 때마다 근처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들러 묵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 회장이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지역은 미국뿐 아니다.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2011년부터 뉴질랜드 명예총영사로 활동한 김 회장은 2013년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부산 대연동에 있는 부경대로 6·25전쟁 뉴질랜드 참전용사를 초청했다. 6·25전쟁 참전국인 뉴질랜드 정부와 당시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이때는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 뉴질랜드 참전용사 30명과 가족 등 모두 12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가 열린 부경대의 전신인 국립 부산수산대는 김 회장의 모교이자 6·25전쟁 당시 야전 병원 및 미군의 임시 사령부 건물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김 회장은 2일 국가보훈처에서 감사패를 받았다. 서울 양재동 동원산업빌딩에서 열린 이날 수여식에는 김 회장과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참석했다. 박 처장은 “김 회장은 미국과 뉴질랜드의 참전용사를 위한 민간 차원의 보은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고 참전국과의 우호 증진에 크게 기여한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은 경제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참전용사를 위한 행사를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