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까진 추석 없어요"…밀려드는 택배 상자와 밤새워 '씨름'
"'누가 대기업 갔다더라' 얘기 듣기 지겨워…취업하고 고향갈 것"

"취업하기 전까지는 추석도 없어요."

1일 오후 7시 경기도 광주시 소재 한 택배업체의 집배센터에는 택배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 후진할 때 나는 "삐∼삐∼"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차량이 도착하면 어김없이 온몸에 땀이 젖은 20대 청년 두 사람이 올라타 택배 상자를 내려 하차 컨베이어에 올렸고, 숙련된 30∼40대 근로자들이 지역별로 부여된 코드 번호에 따라 분류 작업을 해 나갔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경기 광주·성남의 택배 물량은 평소 하루 평균 4만∼4만5천 상자 수준.
추석을 앞둔 지난달 30일부터 '특별수송기간'을 맞은 뒤부터는 용인 지역 물량까지 맡게 돼 하루 취급하는 택배 물량이 11만∼11만5천 상자로 크게 늘었다.

택배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상·하차대 22곳 중 9곳만 가동되던 것이 이제는 사실상 '풀가동' 되고 있다.

집배센터는 33명의 현장 근로자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 50명이 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노동 강도가 높기로 소문이 나 있다.

하차의 경우 한 사람이 1시간당 1천 200개의 상자를 내려야 한다.

상자 안에는 생수가 가득 실려 있을 수도, 전자 제품이 담겨 있을 수도 있어 무게는 예측할 수도 없다.

집배센터의 단기 알바에게는 택배를 싣고 내리는 일 외에 다른 작업은 없다.

이런 단순 반복 작업을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지속해야 한다.

고된 노동에 지원자가 없을 법도 하지만, 한가위를 앞둔 집배센터는 한 푼이 아쉬운 청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학교 3학년인 강모(28)씨는 "일당으로 7만 5천원을 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하루를 일하면 하루를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인데 몸 힘든 게 대수겠느냐"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알바생인 대학교 2학년 김모(27)씨는 "취업 전까지는 추석도 없다.

내내 아르바이트하고, 연휴에는 푹 쉬면서 재충전할 생각이다"라며 "가족끼리 모여 '누가 대기업에 갔다더라'는 등의 얘기를 듣는 것도 지겹다"고 토로했다.

이어 "'취업'이라는 꿈을 이룬 뒤 추석 때 당당하게 큰집에 갈 것"이라며 "지금 몸은 좀 힘들지만,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두겠다"고 덧붙였다.

집배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꺼번에 6명이 일을 하다가 힘들어 도망쳐 버렸다.

택배 상·하차는 그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며 "그러나 인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 오히려 인원이 넘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자는 20∼30대 취업준비생이 주를 이룬다"며 "특별수송 기간에는 일당을 30%가량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주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k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