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학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설립자나 재단이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허술한 감시체계를 틈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돈을 챙기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학교 돈은 내 돈" 보란 듯이 횡령, 뒷돈 챙겨

부산의 한 사립고 재단이사와 그의 아내인 교장은 200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8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8월 31일 검찰에 고발됐다.

자신들이 소유한 건물의 용도로 멋대로 바꿔 학교 기숙사로 활용하면서 학생들에게 받은 돈을 빼돌리거나 학교 예산을 부당하게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숙사에 건물을 빌려줬다며 매월 임대료 500만원을 받아갔다.

부산진구에 있는 다른 사립고는 비품 구입비와 시설 공사비를 부풀려 2천2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 의뢰된 상태다.

이 학교 관계자가 업체 관계자로부터 100만원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전북의 게임과학고 설립자이자 교장인 정모(60)씨는 급식비 2억6천여만원을 가로채고, 아내 등을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의 한 사립고는 학교법인 이사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급식을 위탁하고, 법인 이사의 며느리와 손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불법으로 식재료 납품을 위한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최근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업체들은 식단에 없는 품목을 허위로 청구해 수천만원을 챙겼다.

한모(67) 국제대 이사장은 지난 5월 대학 기숙사와 복합관 건물 신축공사 대금을 부풀린 뒤 업체 대표로부터 4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교비 15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덕성여대를 운영하는 덕성학원의 김목민(72) 이사장은 4년 가까운 재임 기간에 업무추진비 7천400여만원을 유용하고 약 1억원의 직무수당(거마비)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 7월 직무집행 권한이 정지됐다.

동의대 등을 운영하는 동의학원의 김인도(66) 이사장은 학내 건물 신축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자에게서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인수 수원대 총장은 해직교수 등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의 대리인 선임비용 등 7천500여만원을 대학 교비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 "교사 되고 싶으면 돈 내" 채용비리 만연

광주 낭암학원 이사장과 이사, 직원 등은 2012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법인 산하 중·고교 교사와 직원 10명을 채용해주는 대가로 6억3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

이 가운데 설립자의 아들인 이사장과 그의 동생인 이사는 최근 징역 3∼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과 세종시에서 5개 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성학원의 상임이사 안모(63)씨와 아내인 대성고 상담실장 조모(64)씨는 5년간 교사 채용 대가로 4억8천4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지난 1월에는 충남 공주의 한 사립 중학교 교장이 기간제교사 채용을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또 지난해 12월 울산 모 사립고에서 교장과 교직원 채용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은 혐의로 전·현직 학교법인 이사장과 이사, 교장, 행정실장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사학들의 교사 채용을 둘러싸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뇌물이 오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상시 감사체제를 구축하고 엄벌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중·고교를 운영하는 한 학교법인 이사장은 2013년 9월 교사로 지원한 딸의 공개수업 평가를 참관하고 면접 때 직접 질문하는 등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의 6촌인 백모(51)씨는 부산 백병원 행정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들을 동원해 딸이 교직원으로 채용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견제장치가 없다" 대책 마련 시급

김회용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1일 "일부 사학이 족벌체제로 운영되면서 학교가 돈벌이 수단이 되고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면서 "학교법인 이사진이 거수기로 전락하다 보니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 회장도 "사립학교 운영의 견제장치로 개방형 이사제도를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 '개판 이사제도'라는 말까지 나온다"면서 "이사회가 합법적인 거수기 노릇을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사립대의 예·결산 심의를 하는 평의원회의 임명권이 총장에게 있다 보니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개인이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학재단이 전횡을 일삼고, 반교육적인 행태를 보여도 사회적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국가 전체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사학재단 이사회에 외부 인사 참여 비율을 확대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면서 "교육부 등 관계 당국의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진희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사립학교법이 사학재단이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교육 당국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영규 김재홍 차근호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