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된 의혹 전반에 걸쳐 수사 본격화…"공정성 의심 해소 의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기밀 유출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수사 범위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직 민정수석을 상대로 한 초유의 수사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증폭된 가운데 검찰이 그간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를 다루지 않고 결론을 냈을 때 수사 공정성이 정면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 화성 땅 차명 보유·농지법 위반 의혹도 가린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우 수석 부인 등의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 등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특별수사팀은 화성시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우 수석 부인 등 네 자매의 부동산실명법 및 농지법위반 의혹 관련 조사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화성 땅과 관련해서는 우 수석 부인 등 네 자매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지를 소유했다는 의혹(농지법 위반)과 이들이 기흥컨트리클럽 총무계장 출신인 이모(61)씨 명의로 이 일대 토지를 갖고 있다는 의혹(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제기됐다.

앞서 화성시는 우 수석 부인 등이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동탄면 중리 292 등 일부 필지를 1년 안에 처분하라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화성시는 또 동탄면 신리 3번지 등 7필지의 차명 보유 의혹을 조사 중이다.

토지 소유자인 이씨에게 보낸 소명 자료 요청 공문이 다시 돌아오는 등의 이유로 이 부분 조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관련 의혹은 부동산실명법, 농지법 위반을 넘어서 우 수석 처가의 상속세 탈세, 우 수석의 공직자 재산 신고 누락 등으로 연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수사팀 출범 직후 검찰 주변에서는 애초 화성 땅 의혹이 수사 대상에 포함될 것인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검찰의 동시다발 압수수색 대상에서 화성시와 기흥컨트리클럽 운영사 삼남개발이 제외되면서 일각에서는 검찰이 현직 민정수석이 수사 대상이라는 점을 의식해 수사 범위를 좁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화성 땅 의혹 관련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감에 따라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잦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 밖에도 ▲ 가족 회사 '정강'을 둘러싼 횡령·배임 의혹 ▲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 ▲ 강남역 인근 땅을 넥슨코리아에 시세보다 높게 팔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주요 참고인이 소환되는 등 일단은 통상의 수사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일부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한 상속세 포탈 등 우 수석 처가와 관련된 의혹 전반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 '기밀 누출' 수사와 '기밀 누출 보도' 수사 병행
이 특별감찰관의 기밀 누출 혐의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하던 수사가 이 감찰관의 발언이 새 나간 경위에 관한 수사로까지 확대되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특감의 기밀 누출 의혹은 지난달 16일 MBC의 보도로 처음 불거졌다.

그가 한 언론사 기자에게 "특별감찰 대상은 우 수석 아들과 가족회사 정강이다", "특별감찰 활동이 19일이 만기인데, 우 수석이 계속 버티면 검찰이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청와대가 당시 감찰 내용 유출을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면서 언론 접촉 경로와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29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이 감찰관과 유출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검찰의 초기 수사가 이 특감의 기밀 유출 의혹 쪽에 맞춰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30일 MBC의 보도 내용이 자사 이모 기자가 이 감찰관과 대화를 나누고 대화 내용을 정리해 부서 내 일부만 공유한 내용이라고 공개하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를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앞서 이 감찰관 역시 MBC에 자신과 기자와의 대화 내용을 합법적으로 입수했는지를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 특감의 기밀 유출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MBC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감찰관의 발언이 보도된 과정을 둘러싼 적법성 논란을 잠재우지 않고서는 이 감찰관을 향한 수사 정당성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직 민정수석을 주요 상대로 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데 검찰이 이미 공공연히 제기된 주요 의혹을 전반을 훑지 않고 일부만 들여다보는 것으로 비친다면 수사 결과 발표 이후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