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과 시술비용 고려해 결정하겠다" 등 찬반 의견 천차만별

법원이 지난달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을 허용한 데 이어 피부 흉터를 제거하는 레이저 시술도 일부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되레 이들 시술에 대한 국민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 전문가 단체가 진료범위를 지키기 위한 논쟁을 이어가면서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받기 위해 어느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박모(58·여) 씨는 31일 "의료 전문가를 자칭하는 의사와 치과의사가 밥그릇 싸움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이제 보톡스·레이저 시술 등을 하려면 어떤 진료과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안면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은 치과의사가 당연히 이들 진료를 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입안과 치아 진료(구강)에 집중해야 하는 치과의사가 피부 관련 진료를 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양측 논란에 일반 국민의 의견도 제각각인 상황이다.

먼저 '전문성'과 '시술비용' 등을 고려해 피부과 또는 치과 진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있다.

권모(34·남) 씨는 "시술비용이 같다면 피부와 관련된 치료는 당연히 피부과를 먼저 찾겠지만, 만약 치과가 더 싸다면 치과의사도 의료인이므로 치과에 가겠다"고 말했다.

보톡스·레이저 시술 관련 치과 진료를 반대하는 사람의 경우 '해당 분야만큼은 치과의사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더욱 신뢰한다' 의견을 제시했다.

변모(42·여) 씨는 "치과의사의 보톡스·레이저 시술에 대한 전문성이 아직 객관적으로 증명된 바 없으므로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김모(53·남) 씨는 "피부과에서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해선 안 되는 것처럼 치과에서 피부와 관련된 진료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법원 판결은 나왔지만, 치과에서 보톡스·레이저 시술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얼굴과 관련된 피부와 근육은 오히려 의사보다 치과의사가 더 전문가일 것 같고 환자의 진료선택권 확대를 위해 치과에서 진료를 받겠다는 찬성 의견도 있다.

유모(38·여) 씨는 "입안과 치아뿐만 아니라 얼굴 부위는 치과의사도 충분히 시술을 잘할 것 같으므로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모(43·남) 씨는 "얼굴 부위는 피부과만큼 치과에서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환자 입장에서 진료선택권의 다양성을 넓힐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했을 때 이번 법원 결정에 찬성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국민이 진료 선택권을 두고 혼란에 빠진 점에 대해 피부과 전문의들은 대법원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피부 부작용 등 피해사례가 발생하면 재판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안면부 피부에는 다양한 질환이 있고 그중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잡티로 보일 수 있는 피부암"이라며 "피부 레이저는 오랜 교육과 수련을 요구하는 전문적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 역시 피부과의사회와 마찬가지로 법원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치과의사협회는 의료인들이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국민 건강권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은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하고 관련 교육 및 전문지식 차이가 명확하지만, 대법원이 보톡스에 이어 피부 레이저 시술까지 허용한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반해 최남섭 치과의사협회 회장은 "의사단체는 이제 더는 치과 진료 영역에 대한 법적 분쟁 제기나 왜곡된 주장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