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체내 생존 기간, 증상, 질환 등 속속 드러나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에게 다발성신경병증이나 태아 감염된 아기들에게 근골격계 희귀장애인 선천성 관절만곡증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경로와 체내 생존 기간, 증상, 질환 등과 관련해 속속 새로운 보고가 나오고 갱신되면서 "소두증(小頭症)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과학전문지 유레크앨러트 등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 신경학과 존 잉글랜드 교수 연구팀은 베네수엘라로 여행한 62세 온두라스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 급성 증상기에 감각 다발성 신경병증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신경과학저널(J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한 논문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다양한 신경학적 합병증을 동반하는 새로운 신경병리학적 매개체로 떠오른 가운데 성인에게 감각 다발성 신경병증을 일으키는 것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병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뇌와 척수에서 뻗어 나온 여러 곳의 말초신경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손이나 발이 자극과 상관없이 저릿저릿하거나 화끈거리고 때로는 칼로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있으며 심하면 감각이 저하된다.

세계신경학연맹(WFN)의 지카 위기 대응 실무그룹을 이끄는 잉글랜드 교수팀은 이번 환자 사례는 자가면역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나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이 직접 감각신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브라질 헤시페병원(RHR) 페르난도 피게이라 교수 연구팀은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선천성 관절만곡증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기준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에게서 태어나고 선천성 감염증을 진단받은 104명의 아기 가운데 7명이 선천성 관절만곡증으로 판정받았다.

선천성 관절만곡증은 관절 자체엔 이상이 없지만, 척수와 관절 주변 근육, 조직 등의 발달 이상으로 관절부위를 중심으로 팔다리가 안으로 심하게 휘어지고 혼자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미국 공영 NPR 방송은 지난 28일 지카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증상과 질환이 계속해서 새로 나타나고 있으며 감염경로와 체내 생존 기간 등과 관련한 보고들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면서 "소두증은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 중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도했다.

소두증이 아니지만, 뇌의 일부분이 손상돼 액체로 가득 차 있거나 태어날 때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후 갑자기 먹는 것을 중단하고 체중이 빠지고 발달 이상이 생기는 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방송은 그동안 같은 종류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 등 유사 사례들은 아주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으나 지카의 경우 앞으로 얼마나 더 악화할지 등에 대해 아직은 모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소아마비 퇴치와 조산 예방 운동 등으로 유명한 단체이자 최근 지카 관련 지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마치 오브 다임스'의 에드워드 매커비 회장도 최근 폭스뉴스에 "소두증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매커비 회장은 유타주의 한 병원에서 모기나 섹스와는 관계없이 지카에 감염된 사례가 있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지카 감염 증상 등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