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교육·명소 체험 관광 패키지 2주~3개월 상품 인기

"영어로 정원관리를 배우는 과정", "이탈리아어로 대화하면서 와인공장 견학", "할리우드 근처라서 유명 스타와 만나는 기회가 올수도", "중세의 유산을 즐기자"

일본의 유명 유학알선업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하는 광고 문구들이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해외유학에 나서는 시니어가 소리 없이 늘고 있다.

유학알선 회사들은 영어 등 어학 공부와 관광을 패키지로 묶은 유학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 유수의 유학지원업체인 유학 저널에 따르면 이 업체를 통해 해외유학을 한 50세 이상의 시니어 유학생은 2000년 37명에서 2014년엔 2.6배인 98명으로 늘었다.

유학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은 2014년 185건에서 올해는 벌써 353건으로 거의 배로 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학 학교를 운영하는 EF에듀케이션 퍼스트 재팬(EF)은 작년부터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유학설명회를 시작했다.

하와이와 몰타 등 관광을 겸할 수 있는 섬이 인기다.

학교는 해변이나 번화가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자유시간에는 해수욕이나 시내 관광, 쇼핑 등을 즐길 수 있다.

EF의 시니어 대상 유학 기간은 2주~3개월로 다양하다.

이용자는 60대가 가장 많다.

대부분 퇴직한 사람들로 혼자 가거나 부부가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80세 이상의 고학년 유학생도 3명이나 됐다.

이 회사 사회인 유학담당자인 스즈키씨는 "일본으로 유학 오는 외국인 늘고 있는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의 영향도 있어 영어를 배우려는 중·고령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은퇴한 단카이 세대(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가 체력도 있고 경제력도 있다"면서 "앞으로 시니어 유학생 유치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여행업계도 시니어 유학생 유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JTB가이어렉의 경우 2013~2015년간 50세 이상 유학생 고객이 매년 전년 대비 20~30%씩 늘었다.

숙소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홈스테이나 합숙시설, 호텔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쿄 시내에 사는 고노 도시코(86)씨는 80세가 넘어 유학에 눈떴다.

영어가 "적국의 언어"이던 2차 대전 중에 청춘을 보냈지만 20년 전 프랑스 여행을 계기로 영어가 배우고 싶어져 귀국 후 영어회화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첫 유학은 2010년, 영어회화학교의 영국인 강사가 호주로 이사한 것이 인연이 돼 호주 어학 학교에 2개월간 유학했다.

현지에서 다양한 국적·연령의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껴 이후 매년 미국, 영국 등지로 2~3개월씩 유학하게 됐다.

"실은 더 장기간 유학하고 싶은데 의사가 고혈압약을 3개월분밖에 처방해 주지 않아서…." . 최장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다.

어딜 가든지 최연장자라서 "언제나 유명인"이다.

의기투합한 20대 독일 여성과 "메일 친구"가 되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쇼핑을 하거나 박물관 구경을 다닌다.

그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미있다"면서 "얼굴색은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고 말했다.

고노씨는 올해 들어 본인의 경험을 시니어 유학 희망자들에게 들려주는 일도 시작했다.

EF가 개최하는 설명회에서 경험담을 이야기하던 중 "나이깨나 드신 분이…."라는 핀잔도 들었지만 "남의 말에 신경 쓰다 인생 끝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기력이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중요한 건 옛날이 아니라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