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번 '메뚜기 작전'…증권사 감시시스템은 '깜깜'
주식시장의 허점을 이용해 시세조종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명 ‘메뚜기형’ 주가조작단과 증권회사 임원이 법정에 서게 됐다. 이들은 서로 수십만번의 매매 주문을 주고받으며 중소형 종목 주가를 띄워 개인투자자(개미)를 끌어들인 뒤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남겼다.

▶본지 8월6일자 A27면 참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주가조작 총책 김모씨(43)와 미래에셋대우 임원 이모씨(50) 등 5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발표했다. 김씨의 범행을 도운 전모씨(48) 등 2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트레이딩(매매) 직원 5명을 고용해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많지 않은 코스닥시장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일당은 42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서로 상한가와 고가의 매수·매도 주문을 주고받으며 ‘타깃 종목’ 주가를 끌어올렸다. 장 마감 직전이나 시간외매매 시간엔 일부러 매수주문을 내 개미들에게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개미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 보유 주식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소위 ‘개미핥기’에 나섰다. 이들은 3년간 34개 종목의 주식을 36만회(1억4600만주)나 사고팔아 총 49억4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이들 작전세력과 공모한 증권사 임원 이씨는 고객 계좌로 장 개시 전 상한가 주문을 내 시초가를 끌어올렸다. 그가 시초가를 올리면 김씨 일당은 장 초반 보유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냈다. 이씨 역시 7개 종목에 대해 13차례(76만주) 주문을 내 7억13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작전 한 건당 평균 2~3일이면 충분했다.

해당 증권사엔 이 같은 시세조종 행위를 적발하기 하기 위한 불공정거래 감시 시스템이 있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범행에 사용된 일부 계좌는 증권사로부터 유선·서면경고(12회), 수탁거부예고(4회), 수탁거부 조치(1회) 등을 받았지만 주가조작단은 계속 해당 계좌를 시세조종에 사용했다. 3개월 안에 추가 조치를 받지 않으면 기존에 받은 조치의 이력은 소멸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