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벌초·성묘 분주, 막바지 피서도

폭염이 물러가자 청명한 가을 하늘이 펼쳐졌다.

8월의 마지막 주말인 27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은 28도 안팎으로 최고 35도에 달했던 지난 주말보다 7도가량 내려앉아 완연한 초가을 날씨를 선보였다.

제주에는 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가끔 소나기가 흩뿌리기도 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자 전국의 유명산과 축제장 등에는 나들이객의 발길이 잇따랐고 해수욕장에는 막바지 피서객들이 가는 여름을 아쉬워했다.

◇ 유원지·축제장·유명산 '북적'…추석 앞두고 벌초·성묘
수도권 최대 테마파크인 용인 에버랜드에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1만1천여명이 찾았다.

입장객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놀이기구에 몸을 싣고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워터파크 캐리비안베이에는 같은 시각 1만6천여명이 몰려 떠나는 여름이 아쉬운 듯 물놀이를 즐겼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주 청남대에는 시원한 대청호 강바람을 쐬며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려는 관람객이 많았다.

오후 1시께 이미 1천500여 명이 입장했다.

월미공원과 인천대공원에는 5천여명의 가족 단위 행락객이 입장해 자전거를 타거나 인천 앞바다를 보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수원 광교산과 양평 용문산 등 유명한 산에는 폭염이 물러간 산의 정취를 느끼려는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월악산 국립공원에는 평소 이맘때보다 훨씬 많은 6천여 명의 탐방객이 몰렸고, 속리산 국립공원에도 5천명 가량이 방문했다.

광주 무등산과 월출산 등을 찾은 등산객들은 부쩍 서늘해진 바람에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숲의 공기를 만끽했다.

무등산 산행에 나선 박유성(51)씨는 "최고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때문에 지난주까지 등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낮이면 나무 그늘에서조차 후텁지근함을 느꼈는데 오늘은 초가을의 기분 좋은 선선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9회 대구 국제 보디페인팅 페스티벌에는 2만5천여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모여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를 관람했다.

경북 문경시 문경새재 옛 황톳길에서 열린 '2016 오감만足 문경새재 맨발페스티벌'에 참여한 참가들은 황토 흙길 코스를 맨발로 걷고 단체줄넘기, 달리기 등을 하며 땀을 흘렸다.

전국 3대 포도 산지 중 한 곳인 영동군 영동체육관 일원에서 지난 25일 개막한 '2016 포도축제'에는 수천 명의 관광객과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와인 트레인'을 타고 방문한 관광객들은 포도 수확과 포도 밟기, 와인 만들기, 와인 족욕 등 다양한 체험 행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과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제11회 전북과학축전'이 펼쳐진 전북도청 광장과 전주 삼천 둔치에는 어린이와 학생·학부모 등 수천명이 다양한 체험을 하며 호기심을 쏟아냈다.

특히 로봇페스티벌, 로봇대회, 가족 로봇 만들기대회, 에어 로켓 발사대회, 드론페스티벌 등 경연대회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추석을 앞두고 공동묘지와 선산에는 벌초·성묘객들의 발길도 분주했다.

매장묘 3만7천기·납골함 1만3천기가 모셔진 경기도 천주교용인공원묘원과 안양시립청계공원묘지에는 이날 수천명의 벌초객들이 다녀갔다.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에도 이른 아침부터 평소 주말보다 많은 1천500여명의 성묘객이 찾았고 전북 전주 효자공원 묘지에도 2천여명의 참배객이 다녀갔다.

가족 단위 성묘객들은 제수를 올리거나 절을 한 뒤 묘 앞에 심긴 나무를 살피고 잡초를 뽑는 등 정성스럽게 조상 묘를 돌봤다.

경북 칠곡군 현대공원, 청구공원 등 공원묘지에는 때 이른 성묘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오전 한때 일대 도로가 정체를 빚기도 했다.

◇ "그래도 여름이 아쉬워"…막바지 피서객 몰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지나 피서객이 줄긴 했지만, 약 20만명이 물놀이 등을 하며 늦더위를 식혔다.

경남 거제 학동 흑진주몽돌 해변, 구조라 해수욕장, 남해 송정송바람 해변 등 해수욕장과 지리산 국립공원 내원사 계곡 등에는 늦은 피서를 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붐볐다.

송도해수욕장에서는 바다 카약·해상 다이빙·핀수영·비치 사커 외에 최근 인기를 끄는 스탠드 업 패들보드(SUP) 등 5개 해양스포츠의 아마추어 강자를 가리는 제3회 해양수산부 장관배 전국해양스포츠대회가 열려 선수들이 물살을 갈랐다.

폭염의 기세가 꺾이자 제주 함덕, 중문, 이호, 협재 등 주요 해수욕장은 피서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흐린 날씨로 한라산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도 평소 3천∼4천명에 크게 못 미치는 1천명 미만으로 집계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피서 인파가 몰렸던 전남 완도 명사십리해수욕장, 여수 만성리해수욕장 등은 기온이 크게 떨어진 데다가 이날 저녁 비 소식까지 예보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전북 고창 구시포해수욕장을 찾은 김지영(33)씨는 "아침에는 선선해서 물놀이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한낮에는 (물놀이를) 할만하다"면서 "끈질긴 폭염으로 사람들을 지치게 한 여름이 간다니 다행스럽지만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