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이균용)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0년 9~12월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의원에서 뇌파계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복지부로부터 2012년 4월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뇌파계는 뇌파(대뇌 피질에서 발생하는 전압파)를 검출해 증폭·기록하는 의료기기다. 뇌종양·간질 등을 진단하거나 뇌를 연구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A씨가 복지부 처분에 불복해 낸 재결 신청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면허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줄여줬지만 뇌파계 사용이 면허정지 대상이라는 기존 판단은 유지했다. 이에 A씨는 2013년 3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뇌파계를 파킨슨병이나 치매 진단에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복지부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사 국가시험에서도 뇌파검사 능력 평가는 필기시험만 이뤄질 뿐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의사도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충분히 뇌파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의료기기가 계속 발전하고 사용도 보편화하는 추세”라며 “용도·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된 의료기기는 (한의학에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