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생 점거 농성 한달…본관 안에선 무슨 일이?
이화여대 학생들이 29일째 점거 농성 중인 서울 대현동 교내 본관에서는 매일 수차례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열린다. 수십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1층에 모여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본관에 머무는 방식으로 동참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아예 본관에서 먹고 잔다. 농성 장기화로 학생들의 피로감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25일 이화여대 본관의 정문과 서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농성 학생들은 후문만 개방한 채 ‘인증센터’(사진)를 두고 학생증이나 동창회원증 등으로 신분을 확인한 사람만 안으로 들여보냈다. 농성 지지자가 본관으로 보낸 간식이나 물품을 배송하러 온 택배기사조차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본관 안에는 매일 최소 20여명에서 많게는 80여명의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 학생들은 본관 안에 공부방, 수면실 등을 차렸다. 식사는 농성 지지자가 모아준 기부금으로 도시락 등을 사서 해결한다. 하루 두세 차례 열리는 전체회의인 만민공동회 시간을 제외하고는 각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휴대폰 검색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만민공동회에선 26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열릴 학위수여식과 ‘총장과의 열린 대화 둘째마당: 졸업생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에서의 시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농성 학생들은 참가자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피로와 회의감을 느낀 학생들이 속속 대오를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한 학생은 “이번주 들어선 계속 오는 사람만 나오고 있어 ‘농성의 화력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깔끔하게 해산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학생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학 본부의 사무공간인 본관을 학생들이 점거하면서 교직원들은 교내 지하건물 ECC(이화 캠퍼스 콤플렉스)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